컨닝도 첨단화... 영국 대학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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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학이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의 발달과 함께 교묘해지는 컨닝 수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초소형 수신장치 등을 사용해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영국 대학생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첨단기기 활용 컨닝 4년 새 42% 증가 #초소형 수신장치 전문 판매 사이트도 #가디언 "적발된 건 빙산의 일각일 뿐"

가디언이 영국 정부에 정보 공개 요청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첨단 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 적발 건수가 2012년 148건에서 2016년 210건으로 42%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적발된 모든 부정행위의 4분의 1이 첨단기기와 관련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부정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형 카메라나 무선 이어보드 등 학생들이 신기술을 다루는 능력이나 지식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대학은 최근 4년간 부정행위가 한 건도 없었다고 보고했지만 이는 "정말 운 좋은" 사례에 불과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부정행위 관련 연구자인 토마스 랜캐스터 스탠퍼드셔 대학 학과장은 "이 같은 통계는 부정행위에 통달한 학생은 결코 잡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려줄 뿐"이라며 "요즘엔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작은 첨단기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학생들의 부정행위 기술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웹사이트도 여럿 발견했다. 가령 어느 이베이 판매자는 감독관이나 학생들에게 들키지 않을 거라며 무선 마이크로 수신장치를 11파운드(1만6000원)에 올려놓기도 했다.

컨닝할 때 쓰면 딱 좋다고 광고하는 초소형 수신 장치 판매 사이트 캡처 화면.

컨닝할 때 쓰면 딱 좋다고 광고하는 초소형 수신 장치 판매 사이트 캡처 화면.

모노랑(Monorean)이라는 회사는 아예 초소형 블루투스 수신장치 등을 '시험 컨닝용(Cheat on tests)'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해 영국에서만 200세트 이상 판매된다. 그는 "우리 사이트를 뒤져보면 알겠지만 주요 고객은 교육 시스템에 신물난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부정행위에 대한 룰은 대학마다 매우 다르다. 스마트폰을 끄거나 감독관에게 제출하는 건 흔한 규제 중 하나다. 어떤 대학은 스마트워치 사용을 금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온 몸을 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쉬는 시간에 부정행위를 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장착할 경우, 이를 막기도 어렵다.

고등교육질보장기구(QAA, Quality Assurance Agency for Higher Education)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가 부정직한 학생들의 부정행위에 사용될 가능성은 명백해 보인다"면서 "전문가 그룹과 함께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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