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감방’ 마리당 사육면적, A4용지보다는 크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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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밀집사육의 폐해를 지적한 중앙일보 1월 5일자 1면.

밀집사육의 폐해를 지적한 중앙일보 1월 5일자 1면.

축산법 시행령에 따르면 닭장(케이지)에서 키우는 산란계(알 낳는 닭) 한 마리의 적정 사육 면적은 0.05㎡다. A4 용지 한 장의 면적이 0.06㎡니까 그보다 더 작다. 이른바 공장형 밀집식 사육이 빚어낸 현실이다. 밀집식 사육은 AI가 빠르게 확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중앙일보 1월 5일자 1, 8면>

정부, AI·구제역 방역 개선책 발표 #조기 살처분 위해 특전사 병력 투입 #신규 양계장 마리당 면적 0.075㎡ #전문가 “더 넓히거나 개방 사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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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새로 지어지는 양계장의 산란계는 최소한 A4 용지보다는 큰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산란계 사육 면적을 넓히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관계 부처들이 만든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확정했다.

농식품부는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앞으로 새로 생기는 양계장에 대해선 산란계 한 마리당 적정 사육 면적을 0.075㎡로 넓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전보다 50% 더 넓어진다. 높이 기준도 신설해 닭장을 9단까지만 쌓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12단 이상까지 쌓는 곳이 많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닭장 간의 거리도 1.2m 이상 띄우도록 했다.

철새가 AI의 주요 감염 경로로 지목된 것과 관련해 철새 도래지 인근 3㎞ 이내 지역에서는 신규 가금 사육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AI의 확산기인 겨울철에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즉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경보를 발령하고 발생 초기부터 민·관·군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지금은 주의→경계→심각의 순서로 순차적으로 발령되기 때문에 적기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조속한 살처분으로 AI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지역별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예하 재난구조부대를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일시이동중지 명령(스탠드스틸) 발령 권한을 농식품부뿐 아니라 시·도지사에게도 부여키로 했다. 시·도지사는 방역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에 대한 수매·도태 권한도 부여받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가금류들이 AI에 감염된 남은 음식물을 무분별하게 먹어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조되지 않은 습식 사료는 줄 수 없도록 했다. 구제역과 관련해서는 매년 1회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런 대책에 대해 전문가의 평가는 냉랭하다. 근본적인 대책이 못 된다는 것이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산란계의 사육 면적을 0.075㎡로 넓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공간을 좀 더 넓히거나 아예 개방형으로 사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계장과 오리 농장 등의 낙후된 시설을 현대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방역과 관련한 고위직에 수의사 출신이 없다”며 “수의사가 배치되면 원인과 상황, 처방에 대한 판단을 신속하게 할 수 있어 사전 대응이 정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진석·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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