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이트 호텔 평가는 '거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사업상 여행이 잦은 미셸 머독. 처음 방문는 도시에 머물러야 할 땐 항상 곤혹스럽다. 값싸고 괜찮은 호텔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진 네티즌의 이용 후기를 보고 호텔을 골랐지만, 최근 뉴욕에 출장을 다녀온 이 방법도 쓸모 없게 됐다. '최상의 서비스'였다는 리플에 온천이 딸린 호텔을 골랐지만, 편히 쉬기는 커녕 온 몸에 반점이 생겨 고생만 했다. 미셸은 "글을 쓴 사람이 진짜 호텔 문턱에나 가봤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여행 안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리플은 한 수 접어주고 봐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소위 '알바'들의 영업용 리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호텔 평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서비스를 과장하고 칭찬하는 가짜 리뷰가 여행객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간단한 아침을 제공하는 모텔(B&B)은 물론, 대규모 리조트까지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가짜 리뷰'를 조장하고 있다. 웹사이트 운영자들 사이에선 호텔들이 '평판 관리 전담부서'를 운영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 사이에선 호텔 측이 e-메일 계정의 철자까지 교묘하게 바꿔 가짜 리뷰를 만들어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행 관련 포털들이 '가짜 리뷰'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것. 여행 정보 사이트인 위에잇데어닷컴(We8There.com)의 최고경영자(CEO) 스탠리 로버트는 "모든 리뷰를 읽어 보지만 본능과 경험에 의존해 가짜를 걸러낼 수밖에 없다"며 "가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짜 리뷰'가 한번 지적되면 사이트는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받는다. 이때문에 '가짜 리뷰'를 걸러내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대단하다. 예컨대 아이고유고닷컴(IgoUgo.com)은 리뷰를 달 때 신상정보와 함께 여행 날짜, 사용 목적, 이용한 서비스 등을 자세히 덧붙이도록 했다. 리뷰만 300만건이 넘는 호텔 랭킹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닷컴(TripAdvisor.com)은 전문가를 고용, '가짜 리뷰' 적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