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로 … 부동자금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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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 주변 자금 흐름이 혼란스럽다. 지난해 말 증시 상승세를 이끌던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들락날락 제자리 걸음을 하는 반면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의 성격이 강한 머니마켓펀드(MMF)로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자 빠져나가는 돈과 새로 들어오는 돈의 규모가 엇비슷한 것을 이유로 본다. 주저하는 돈들이 MMF에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 주식형 자금 유입은 정체=올해 초까지 하루 2500억~3000억원씩 들어오며 강세장을 이끌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최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8일 기준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전날보다 다소 늘어난 32조5282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나흘 째 조금씩 늘고 있지만 하루 평균 수십억~수백억원에 불과해 연초 4~5일 마다 1조원씩 늘던 기세는 사라졌다. 지난 달 하순과 이달 초에는 하루 수백억원씩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한국펀드평가 박현철 애널리스트는 "조정이 길어지자 일부 투자자들의 환매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적립식 펀드로는 꾸준히 돈이 들어오고 있어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아 예전처럼 뭉칫돈이 몰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 역시 감소세는 둔화됐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꾸준히 줄던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7일 모처럼 1300억원 남짓 늘었지만 8일에는 다시 4000억원 넘게 빠져나갔다.

다만, 채권 혼합형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규모는 작지만 큰 변동없이 꾸준히 늘고 있다.

◆ 갈 곳 없는 자금 MMF로=반면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을 대표하는 머니마켓펀드로는 연일 돈이 몰려들고 있다. MMF 설정액은 7일 기준으로 69조2983억원으로 70조원에 바짝 육박한 뒤 8일에는 68조9410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그러나 8일까지 이어진 미래에셋증권 공모자금 일부가 시장에 다시 유입되면 9일자 통계부터는 7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MMF는 지난해 11월16일 70조2530억원 이후 한번도 70조원 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이달 들어 7일까지 3조4444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미래에셋증권 공모 자금을 감안해도 최근 MMF의 급증세는 두드러지는 편"이라며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한 돈이 증시를 완전히 떠나지는 않고 기회를 노리며 대기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MMF 설정액 규모는 증시가 조정을 보이던 4월부터 8월까지 크게 늘었다가 증시가 급등하기 시작한 9월 이후 감소한 바 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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