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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독신자, 아이없는 가족 소득공제 놓고 왜 시끄러운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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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재정경제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해 1, 2인 가구의 추가 소득공제를 폐지하겠다"고 하자, 반대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결국 여당이 나서 일단은 없었던 일로 미뤄놓기로 했습니다. 여당은 "확정되지 않은 시나리오에 불과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저항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나자 매우 곤혹스러워 했습니다. 하긴 세금 더 내라는데 좋아할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소득공제란 게 과연 뭐기에 이렇게 정부와 정치권, 대부분의 근로자가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일까요. 소득공제와 세금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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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는 한국에서 돈을 버는 근로자라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겁니다. 말 그대로 세금을 내는데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계산하기 위해 '소득액'에서 일정액을 '빼주는'(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가 개인에게 세금을 물려야 할 소득액을 줄여주는 것이니 개인으로선 소득공제를 많이 받을수록 세금을 덜 내게 되는 거지요.

소득에서 빼주는 공제 항목은 법(소득세법)에 정해져 있어요. 우선 총급여액(급여+상여금)에서 급여액에 따라 일정액을 공제합니다. 이를 근로소득금액이라고 합니다. 근로소득공제는 근로자들이 돈(근로소득)을 벌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빼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일종의 경비 성격입니다.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많은 액수를 빼주지만 소득이 많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가 공제됩니다. 연 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전액을 근로소득공제 받지만 4500만원이 넘는 사람은 '1375만원 + 4500만원 초과금액×0.05'만큼 공제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번 돈이 5000만원인 근로자는 1400만원을 뺀 3600만원이 근로소득액인 셈이지요.

이렇게 나온 근로소득액이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표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개인이 생활하는 데 필수적으로 들어갈 만한 비용을 또 빼줍니다. 국민연금 같은 연금보험료를 공제해주고, 일반 보험료.의료비.주택자금.기부금.결혼비용.이사비.장례비 등도 일부 공제해 줍니다.

또 부양 가족에 대해서도 1인당 100만원(기본공제)씩 빼줍니다. 특히 부양가족 중 부모가 65세 이상이면 1인당 100만원씩을 더 공제해 주기도 합니다. 여기에 본인을 포함해 부양가족 공제 대상자가 2인 이하인 경우에는 '소수공제자 추가공제'라는 혜택을 줍니다. 혼자 살 때는 연 100만원을, 둘이 살 때는 연 50만원을 근로소득액에서 기본공제 외에 추가로 공제해 주는 것입니다. 당초 1~2인 가족의 근로자에게 이렇게 추가 공제를 해준 것은 혼자 살거나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너무 많이 물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가족이 적은 근로자가 가족이 많은 근로자보다 세금을 과도하게 내지 않도록 배려하는 차원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정부는 이 제도 때문에 부양가족 수가 적을수록 1인당 공제액이 많게 돼 출산장려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책 여건이 바뀌면 제도도 고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소수공제자 추가 공제 폐지는 자녀 수가 적은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라며 '증세'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자녀 수에 따라 아예 세금을 일정액 줄여주는 자녀 세액공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지요. 아무튼 앞으론 자녀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세금을 내는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게 될 전망입니다.

정부는 전반적으로 소득공제 뿐만 아니라 비과세.감면 제도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짜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소득 양극화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써야 할 돈이 늘어나기 때문에 세금은 더 걷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죠.

어찌 됐든 일반인의 세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정부가 국민에게 세금 감면을 해준 규모는 총 20조원이었는데, 이 중 근로자.농어민 등 중산.서민층의 몫은 8조6826억원에 달했습니다.

다시 소득공제 절차로 돌아가겠습니다. 근로소득 금액에서 위와 같은 각종 공제를 하고 남은 것이 과세표준이 됩니다. 여기에 과세표준에 따라 높아지는 일정 세율을 곱하면 세금액(산출세액)이 나옵니다. 산출세액에서 세금의 일정액을 빼주는 세액공제를 하면 근로자가 내야 할 세금(결정세액)이 최종 결정됩니다. 소득공제는 과세표준을 계산하기 위해 근로자가 번 소득에서 일정액을 빼주는 것인 반면, 세액공제는 과세표준을 근거로 산출된 세액에서 일정 세금을 빼주는 것입니다. 좀 어려운 가요. 둘의 차이를 잘 알아두기 바랍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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