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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늘어나는 일본 일자리 … 전공·스펙보다 잠재력 평가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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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지난해 4월 일본 최대 택배사인 야마토 운수에 입사에 성공한 하순봉(29)씨. 한국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하 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고객 대응과 센터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예상보다는 업무량이 많지만, 동료들이 친절해 일본 직장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하 씨는 2015년 8월 일본으로 건너가 열흘 동안 캡슐 호텔(최소한의 공간만 제공하는 저렴한 호텔)에서 지내면서 몇 차례 면접을 봤지만 고배를 마셨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문제점을 보완한 후 취업에 성공했다. 하 씨는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인문계열 전공이라 과연 취업이 잘될지 불안감도 있었지만 부딪쳐보니 스펙보다는 자신감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국내 대졸 취업준비생들이 일본 취업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일본 취업 성공전략 설명회’. 구직자 400여명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사진 한국무역협회]

국내 대졸 취업준비생들이 일본 취업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일본 취업 성공전략 설명회’. 구직자 400여명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사진 한국무역협회]

국내 대졸 취업 준비생들이 일본 취업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반면,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구인난 일본, 해외인재에 눈길 #작년 한국인 3000명에게 취업비자 #3월 설명회, 6~10월 서류·면접 심사 #1년에 걸쳐 다음해 입사자 채용 #일본어 능력, 자신감 갖추면 기회 #IT·관광서비스 분야 도전해 볼만

일본에서 1인당 일자리 수는 지난 1월 기준으로 1.43배다. 2013년 대비 60% 이상 높아졌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인구는 줄어드는데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회복되면서 일본 내 일자리가 늘었다”며 “일본 대학생들에 비해 어학연수 등 해외 경험이 많고 해외 체류를 선호하는 한국인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자료:마이나비·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

자료:마이나비·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

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에 따르면 인문지식·국제업무·기술자격 비자를 받고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은 2011년 951명에서 2014년 1231명, 2015년 178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3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기업에 취업할 경우 받는 비자다.

한국에서는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채용하지만 일본은 1년에 한 번 다음해 4월 입사자를 채용한다. 3~4월 기업설명회를 열고 6월 이력서를 제출받고 7~10월 면접을 진행한다. 일본 대학생들은 3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인 구직 활동에 뛰어든다.

자료:마이나비·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

자료:마이나비·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

일본 취업을 준비할 때 기본중 기본은 당연히 일본어 능력이다. 일본 채용전문기업 마이나비가 일본 기업 181개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인재를 채용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설문 조사(복수응답)한 결과, 일본어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86.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본 기업은 한국에 비해 지원자의 전공이나 실무 경험을 따지지 않는다. 전공 불문하고 채용하는 ‘종합 사무직’ 채용이 많아서다. 김보경 마이나비코리아 부사장은 “일본에서는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면 한국처럼 장기간 실무 경험을 쌓는 인턴 제도가 사실상 없다”며 “지원자의 전공이나 인턴 경력보다는 잠재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 수요는 꾸준히 높고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같은 관광특수 이벤트가 있어 관광서비스직의 취업문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자료:마이나비·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

자료:마이나비·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

전공이나 실무 경험을 불문하고 뽑다 보니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중요하다. 여전히 자필 이력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일본 화장품 업체에 취업한 김혜지(25·여)씨는 “자기소개서에는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 지에 대해 상세히 써야한다”며 “면접 시간이 길기 때문에 지원자는 인성과 태도, 경험 등을 두루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반도체 회사에 취업한 박예슬(28·여)씨는 “‘왜 일본에서 취업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고 자기 확신이 있어야 장시간 면접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일본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박 씨는 “크고 작은 해외 취업박람회와 관련 강의를 자주 찾아다녔고 취업스터디를 하면서 일본어 면접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 기회가 넓어졌지만 해외 직장 생활은 엄연한 현실이다. 장밋빛만 꿈꿀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과 다른 기업 문화, 그리고 현지 생활의 외로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문현태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총괄팀장은 “한국에서 취업이 안되니까 일본으로 가보자는 식의 단기적 사고로 접근하면 취업도 힘들고 취업이 되더라도 적응에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에 관심이 있다면 어학연수나 교환 학생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일본 문화를 미리 접하는 것이 좋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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