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한, 태양절 앞두고 외신기자 60개사 100여 명 대거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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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5일 북한 김정은이 김일성 104회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해 4월 15일 북한 김정은이 김일성 104회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의 추가 핵실험 준비 등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서방 국가를 포함한 외신기자들이 11일 대거 방북했다. 북한 최대의 명절인 태양절(15일ㆍ김일성 생일) 맞이 각종 기념행사 취재를 위해 세계 각국의 유력 언론 기자들을 초청한 것이다. CNNㆍ로이터ㆍNHK 등 서방의 주요 언론은 물론 러시아ㆍ홍콩ㆍ스위스 등 각국 언론사들이 골고루 초청됐다.

대다수의 외신 기자들은 11일 오후 1시 베이징발 평양행 고려항공 JS152편을 타고 방북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60개 이상의 매체가 방북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방송사의 경우 복수 취재진을 파견하는 것을 감안하면 취재진 숫자는 100여 명이 넘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의 2터미널 카운터가 카메라 등 방송 장비를 든 각국 기자들로 붐볐다. 이들이 돌아오는 18일에는 외신 기자들 이외에 해외 각국에 체류 중인 북한 외화벌이 일꾼 등이 북한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과 겹쳐 고려항공 정규편 이외에 특별기가 임시 증편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김일성 출생 105주년을 맞는 ‘꺾어지는 해’여서 예년보다 대규모로 기념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군사 열병식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초청받은 언론에도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

방북 경력 다섯 차례가 넘는 중화권 언론의 한 기자는 “통상 심야에 북한 안내원이 기자들에게 이튿날 일정을 알려주곤 하는데 올해도 비슷한 방식이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일본 매체의 한 기자는 “북한 잔류 일본인을 인터뷰 할 수 있을 것이란 귀띔 외에는 일정에 대해 아무런 안내를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잔류 일본인이란 2차대전 종전후 일본에 귀국하지 않고 북한에 남은 일본인과 그 후손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의 귀국 혹은 사망자들의 유골 인도 문제가 북ㆍ일간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 당국자는 “외신 기자들 이외에 해외 각국의 정부 요인들을 초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 대사관의 관계자도 “중국 당ㆍ정 인사가 테양절 행사 때문에 방북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며 “통상 중국은 당 창건 기념일 등 국가나 당 차원의 기념일과 달리 특정 개인의 생일에는 축하 사절을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과 관련해서는 외신기자를 초청한 기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과거 외신 기자들의 방북 기간에 미사일 발사를 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외신 기자들 대거 초청한 가운데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신기자들은 18일 베이징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일부 언론사는 현지에 계속 체류하면서 북한 당국이 취재를 허용한 장소나 시설에서 추가 취재를 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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