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조사 많으면 문재인, 집전화 많이 하면 안철수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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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10일 발표된 7종의 대선 여론조사(다자구도 기준)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앞선 조사는 4종,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앞선 조사는 2종이었다. 하나는 문·안 후보가 동률이었다. 그런데 이들 조사 결과엔 숨은 비밀이 있다. 조사 설계에서 유선전화(집전화)와 무선전화의 배합 비율을 얼마로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7곳 여론조사 다자대결 지지율 보니 #집전화 비율 40% 이상인 3곳은 #안철수 앞섰거나 문재인과 동률 #휴대폰 비율 60% 넘는 4곳선 #문재인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우선 유선 44.9%, 무선 55.1%인 칸타퍼블릭(조선일보) 조사에선 안 후보 34.4%, 문 후보 32.2%였고, 유선 40%, 무선 60% 비율인 코리아리서치(KBS·연합뉴스) 조사에선 안 후보 36.8%, 문 후보 32.7%였다. 유선 54%, 무선 46%의 비율인 리서치플러스(한겨레신문) 조사에선 안 후보 37.7%, 문 후보 37.7%였다. 다자구도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와 같거나 앞선 조사 3개는 모두 유선전화의 비율이 40%를 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휴대폰은 진보적 성향 계층 응답 많아

반면 유선 23.5%, 무선 76.5%인 한국리서치(한국일보) 조사에선 문 후보 37.7%, 안 후보 37.0%였고, 유선 19%, 무선 81%인 KSOI 조사에선 문 후보 41.8%, 안 후보 37.9였다. 또 유선 14%, 무선 86%의 비율인 리서치앤리서치(MBC·한국경제)는 문 후보 35.2%, 안 후보 34.5%의 결과를 내놨다. 유선 비율이 10%(무선 90%)로 가장 낮았던 리얼미터(7개 지방지) 조사에선 문 후보 42.6%, 안 후보 37.2%로 문 후보가 가장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 문 후보가 앞섰던 4종의 조사는 모두 유선 비율이 40% 미만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무선 비율에 따라 문·안 후보의 지지율이 달라지는 현상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염미애 차장은 “무선전화 응답률이 높은 계층은 화이트칼라·학생 그룹인데 이들 계층은 아무래도 진보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같은 연령대라도 문 후보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유선전화에만 의존하던 여론조사가 한나라당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결과가 민주당의 대승으로 나온 이후 여론조사 업계에선 무선전화 조사가 급속히 늘어났다.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유·무선 비율이 50대 50인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무선 비율을 더 높이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100% 무선전화로만 조사를 하면 진보 성향의 답변이 실제보다 더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기관마다 최적의 유·무선 비율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유·무선을 몇 대 몇으로 해야 실제 투표 결과와 가장 근접한지는 아직 결론이 내려진 게 없으며 각 조사기관의 ‘노하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요즘엔 무선 비율 더 높이는 추세

한편 유·무선 조사는 응답률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이번 7개 조사에서 모두 무선 응답률이 유선보다 높게 나왔다. 무선 조사 응답률은 16.9(칸타퍼블릭)~24.1%(리서치플러스)였으며 유선 응답률은 5.1(리얼미터)~19.5%(리서치플러스)였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과거엔 무선 응답률이 유선보다 낮았지만 요즘엔 무선 응답률이 더 높아지는 추세”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집전화 활용 빈도가 크게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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