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민간 기업에 자율성, 국가는 뒤에서 밀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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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특강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박종근 기자]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특강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박종근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10일 “민간 기업에 충분히 자율성을 주어 일자리를 만들게 하고, 정부는 뒤에서 기반을 조성하고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초청 ‘공정성장과 미래’ 특강에서 “4차 산업혁명은 융합혁명으로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고, 국가가 미리 계획을 세워 끌고가면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후보는 “어린 학생들이 하는 농담으로 어떤 장수가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병사들이 다 지쳐있는데 ‘워메 이 산이 아닌가벼’, 그런 꼴이 될 수는 없다”며 “정부가 미리 방향을 잡고 가다보면 전혀 엉뚱한 쪽으로 가게 된다”고 했다.

공공일자리 제시한 문재인 겨냥 "근본적 철학 달라" #교육개혁, 과학기술혁명, 공정경쟁 구조 강조 #"규제는 완화하되 감시는 강화" #창업 드림랜드 조성ㆍ확산 계획도 밝혀

 안 후보는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경제와 일자리에 대해서 여러 후보들이 이야기하지만 근본적인 철학이 다르다”며 “어떤 분(문 후보)은 일자리 만드는게 ‘정부가 하는 일이다. 정부가 만들겠다’ 하는데 저는 굉장히 반대한다. 정부에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그동안 일본이 엄청나게 많은 재정을 쏟았는데 장기 불황이 왔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안 후보는 ‘후보 간 경제에 대한 철학이 다른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대선 후에 나온 언론 리포트를 인용했다. 여기엔 후보 간 네거티브에 대한 뼈있는 비유가 포함됐다. 안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 80%,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 85%가 비판 기사였는데 선거를 치르고 나서 언론이 스스로 반성했다. 콘텐트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둘 다 비판하니 콘텐츠 없는 사람이 극도로 유리했던 것”이라며 “흠결과 의혹 있는 사람 중에 진짜 의혹 있는 사람과 단순 네거티브를 당하는 사람이 있는데 둘 다 언론에서 비판하다 불공정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특강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박종근 기자]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특강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박종근 기자]

 안 후보는 이날 한국사회가 처한 5대 절벽(수출ㆍ내수ㆍ일자리ㆍ인구ㆍ외교)과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으로 ▶교육개혁 ▶과학기술 혁명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경제 구조를 제시했다.

 안 후보는 “교육개혁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며 “교육부를 없애 10년 장기 교육정책을 합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초ㆍ중ㆍ고 12년 간 입시 준비하는 하는 현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학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6년(초)ㆍ3년(중)ㆍ3년(고) 학제를 5년ㆍ5년ㆍ2년으로 바꿔, 만 3세에 입학해 마지막 2년은 직업학교 또는 진로교육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안 후보는 또 “4차 산업시대엔 중장년, 노년층의 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평생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과학기술 개혁에 대해선 “과학기술 예산 지원이 연간 19조원으로, 1인당 GDP(국내총생산)로 따지면 세계 1위인데도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부처마다 움켜쥐고 있는 연구개발 예산을 한 곳으로 모아 역동적으로 쓰일 곳에 예산을 지원하고, 감사도 연구 과정에서 문제 없으면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를 강조하면서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저도 22년 전에 창업을 했고,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과정을 통해 현장을 제대로 잘 알고 있다”며 “다음 정부에서는 경제인, 소상공인들이 제대로 자부심을 갖고 존경받을 수 있는 환경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법행위를 통해서 사익을 추구한 아주 극소수의 기업인이 나쁜 것이다. 반기업 정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부패 기업인 정서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사익을 추구한 기업인은 지금보다 훨씬 더 처벌을 강화하되 양심있는 기업은 존경받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안 후보는 내수 활성화와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개혁 의향을 묻는 질문엔 “발목잡는 사전규제는 철폐해야 하지만 환경과 안전 규정은 강화해야 한다. 규제는 완화하되 감시는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또 국회에 계류중인 규제프리존특별법안에 대해서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특별한 단지, 일명 ‘창업 드림랜드’를 만들어 점진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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