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8일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5타수 4안타(4홈런)·6타점·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한 경기 4홈런은 박경완(은퇴),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에 이은 KBO리그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2000년 5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박경완(당시 현대)이 처음 기록했고, 2014년 9월 4일 목동 NC전에서 박병호(당시 넥센)가 4홈런을 쳤다.
최정은 1회 말 좌월 솔로포, 3회 말 좌월 2점포로 연타석 홈런을 장식했다. 7회 말과 8회 말에도 각각 2점포와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한 경기 4홈런을 완성했다. SK는 9-2로 이기면서 7경기 만에 올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올해 SK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한 경기에 홈런 4개를 날릴만한 징조는 있었을까. 최정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상하게 경기 전부터 신이 났다. 6연패에 빠져있었지만 수비훈련 때 선수들이 모두 신이 나 있었다. 내야수끼리 수비연습을 하는데 너도나도 다이빙을 하고 크게 웃으면서 시끄럽게 훈련을 마쳤다. 다들 미친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분위기가 그대로 경기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박경완·박병호에 이어 프로야구 역대 3번째 #최정, 4번째 홈런 때리는 순간 '나 미쳤구나'
첫 홈런이 터진 1회 말 2사. 상대 선발 구창모를 상대로 풀카운트 상황에서 6구 직구(시속 141㎞)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그 때만 해도 최정은 평소처럼 담담했다.
오히려 최정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뜬공이었다. 7회 말 무사 주자 1루에서 4번째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바뀐 투수 배재환을 상대로 초구 직구(시속 141㎞)를 향해 가볍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비거리 120m. 한 템포 쉬었던 홈런이 또 터져나왔다. 그는 "한 경기에서 처음으로 홈런 3개를 쳐서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이날 전까지는 타석에 서는 게 불편하고 힘겨웠다. 그러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공을 더 오래보게 됐다. 이날은 최대한 편한 자세로 방망이를 휘두르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타석이었던 8회 말 2사. 최정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8회에는 정말 타석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3홈런을 친 기분을 좀 더 길게 만끽하고 싶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할 것 같아 불안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바뀐 투수 윤수호의 직구(시속 142㎞)를 받아쳐 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05m. 순간 최정의 머리를 스친 한 마디. '나 미쳤구나!'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 무대에 온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깜짝 놀랐다. 힐만 감독은 "야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 경기 4홈런을 봤다. 3홈런도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4홈런을 보다니…최정은 정말 놀라운 타자"라고 칭찬했다.
한 경기 4홈런을 날린 비결은 뭘까. '타이밍'이었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최정이 최근 공을 너무 오래 보고 쳤다. 예를 들어 직구에는 방망이가 자기 타이밍에 잘 나가다가 슬라이더가 오면 더 완벽하게 치려고 자기 스윙을 안 하고 공을 오래 쳐다봤다. 그러면서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흐트러졌다. 그래서 스탠스(타격 자세 중 두 발의 위치) 폭을 조금 줄였다"고 했다.
최정의 고민은 4홈런을 친 다음 경기였다. 그는 9일 NC전을 앞두고 "오늘이 월요일이면 좋겠다. 하필 유독 약했던 이재학(NC)과 대결이라 걱정이 더 크다. 어제 홈런 친 생각은 전부 지우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정은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3타수 2안타·1득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전까지 25타수 1안타로 약했던 이재학을 상대로는 1회 첫 타석에서 깨끗한 안타를 뽑아냈다.
최정은 시즌 초반부터 막강한 화력을 뽐냈지만 차분했다. 그가 강조한 한 마디. "설레발 치지 말자."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