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이 제무덤 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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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프로축구 현대구단의 7일 전격적인 팀해체 발표로 한국프로축구가 83년 출범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현대구단의 이같은 충격적인 선언으로 다른 4개구단 관계자들과 일선축구인들이 큰 충격을 받은것은 물론 프로축구존폐여부에까지 위협을 주고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뤄진 각 프로팀의 창단과정과 그동안 누적되어온 적자에 대한 불평등으로 미뤄볼 때 제2, 제3의 현대팀이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모구단의 단장은 『이왕 이렇게된 바에야 우리라고 구태여 팀을 유지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위는 일단 현대의 팀해체 통보서를 반려하고 현대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도록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순영(최순영)협회장과 유흥수(유흥수)위원장은 우선 현대그룹 최고위층과 접촉, 재고를 요청할 방침이나 현대측이 해체결정을 번복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명분을 세워줄 뚜렷한 카드가 없어 긍정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종부(김종부·22)의 선수등록 문제로 야기된 이번 사건은 현대-대우 두 라이벌그룹의 지나친 자존심싸움과 이를 효과적으로 조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질질 끌려다닌 축구협회의 무능력한 행정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감정에 치우쳐 자폭선언을 한 현대의 행동도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과 이미지홍보에 먹칠을 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우며 그동안 김종부 확보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각종 중재안을 거부해온 대우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축구협회는 일관성없고 소신없는 행정으로 눈치만 봐왔으며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커녕「개정된 등록규정을 소급적용한다」는 희한한 결정을, 그것도 프로축구시즌 최종전인 현대-대우전을 앞둔 시점에서, 성급히 내려 제무덤을 제가 판 꼴이됐다.
대다수·축구인들은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선 현대팀을 살려야 한다고 말하고 권위와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현 축구협회 집행부를 전면 개편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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