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올해 입시서 과학탐구 ‘Ⅱ+Ⅱ’ 가산점 예고없이 폐지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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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문. 중앙포토

서울대 정문.중앙포토

 서울대가 올해(2018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수능 과학탐구영역 중 두 과목 모두 심화과목(Ⅱ)을 선택한 응시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를 폐지했다. 의대나 공대 일부학과 등을 지원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그동안 이 혜택을 보기 위해 심화과목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서울대가 아무런 예고 없이 제도를 폐지하면서 일부 수험생과 학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7일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2017학년도) 정시에 적용했던 가산점 부여제도를 올해 입시에선 폐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가 지난달 말 공개한 '2018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 안내'에서도 ‘정시모집 일반전형 탐구과목 Ⅱ+Ⅱ 가산점 부여제도’ 관련 항목이 빠졌다.  

지난해 서울대 입시요강의 '과학탐구영역 Ⅱ+Ⅱ 가산점 제도' 관련 내용. 이 제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행했다가 1년 만에 폐지됐다. 

지난해 서울대 입시요강의 '과학탐구영역 Ⅱ+Ⅱ 가산점 제도' 관련내용. 이 제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행했다가 1년 만에폐지됐다.


수능 과학탐구영역은 물리ⅠㆍⅡ, 화학ⅠㆍⅡ, 생물ⅠㆍⅡ, 지구과학ⅠㆍⅡ 등 8개 과목으로 구성됐다. ‘Ⅰ’은 기본수준, ‘Ⅱ’는 심화수준이다. 자연계 희망 학생은 8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해 응시한다. 서울대는 선택과목 중 하나는 반드시 심화수준(Ⅱ)을 응시토록 해왔고, 지난해에는 이를 강화해 두 과목 모두 심화(Ⅱ)로 선택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도 신설했다.

가산점은 모집단위 수험생 점수 폭의 3%였다. 예를 들어 모집정원이 20명인 학과에서 1등이 540점(800점 만점 기준)이고 20등이 520점인 경우, 이들의 점수 차이인 20점의 3%인 0.6점이 가산점이 되는 것이다. 이를 과학탐구 두과목모두 'Ⅱ'로 선택한 학생 점수에만 더해 다시 등수를 매긴다. 한 고교의 진학부장 교사는 "최상위권이 몰리는 의대나 공대 일부 학과의 경우, 합격선 근처에 몰린 학생들은 이 가산점으로 인해 당락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입했던 심화과목 가산점제, 돌연 폐지 #서울대 “수험생 부담 경감 차원의 변경. 예고 의무 없어” #진학교사 “대학 믿고 어려운 과목 공부한 학생만 손해” #우수학생 유치하려다 거꾸로 경쟁률 줄자 폐지한 듯

서울대 관계자는 도입 1년 만에 ‘Ⅱ+Ⅱ’ 가산점을 폐지한 데 대해 “지난해 수능의 물리Ⅱ에서 문제 오류가 발생해 응시생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는 일이 생겨 ‘Ⅱ+Ⅱ’로 응시했던 수험생의 피해가 컸다”며 "학생들이 선택과목을 모두 심화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업 부담이 과중하다고 판단해 이 부담을 줄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서울대가 올해 신입생 입학전형을 발표하기 전까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모집 요강에서 해당 문구를 삭제했을 뿐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측은 “가산점 폐지는 부담 경감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 사전예고의 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정시에서는 가산점이 폐지됐지만 수시에서는 여전히 'Ⅱ+Ⅱ'로 응시한 학생의 전공적합성이나 자기주도학습능력 등을 높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선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일반고 진학교사는 “모집 요강을 봤지만 가산점 관련 문구가 빠졌을 뿐, ‘폐지했다’는 언급이 없었다"며 "이제서야 변경됐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 진학부장교사는 “올해는 영어절대평가가 처음 도입돼 탐구영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서울대 지망자 대다수가 지난 겨울방학부터 학원을 다니는 등 과학탐구 두 과목 모두 ‘Ⅱ’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예고 없는 변경에 혼란을 겪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의 한 사립고 교장은 “서울대가 수험생에게 중요한 내용을 바꾸고도 사전예고는 물론 공지조차 않은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조치가 올해 서울대 입시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연근(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전 회장) 서울 잠실여고 교사는 “입시에서는 작은 내용만 변경돼도 예상치 못한 연쇄작용이 발생한다"며 "수험생 부담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대학 측이 속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남의 한 일반고 진학부장도 “서울대 의대의 경우 ‘Ⅱ+Ⅱ’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제도로 타 학교에 비해 경쟁률이 낮은 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Ⅰ+Ⅱ’ 로 준비한 학생들의 지원이 몰리면, 대학을 믿고 어렵게 준비한 학생만 손해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시업계 일각에서는 서울대가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다가 거꾸로 경쟁률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자 이를 급히 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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