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알칸트라 연일 홈런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13일 잠실에서 벌어진 LG-현대 전에는 특별한 풍경이 있었다. LG의 외국인 선수 알칸트라가 2회말 솔로포를 날리고 막 홈에 들어설 때였다. 아홉살짜리 꼬마가 심판 바로 옆에서 오른발로 땅을 구르는 시늉을 했다.

알칸트라는 홈플레이트를 똑바로 쳐다보며 발로 꾹 눌렀고, 이어 꼬마와 '하이 파이브'를 했다. LG 구단의 배트보이를 맡고 있는 이 꼬마는 다름아닌 알칸트라의 아들 이스마엘이었다.

지난 7일 알칸트라는 문학 SK전에서 홈런을 치고도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아 아웃된 적이 있었다. 이스마엘은 '아빠가 또 홈을 그냥 지나칠까봐'걱정이 됐던 것이다.

이날 이스마엘은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아빠를 가장 먼저 반긴 '동료'였고, 주루플레이에 대한 지적까지 잊지 않은 '코치'였다.

알칸트라의 방망이가 최근 불을 뿜고 있다. 13일 현대전에선 무려 두방의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에 앞선 10일 삼성전에서도 홈런 두방을 뽑아냈다. 알칸트라는 실수로 날려버린 홈런을 빼고도 10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홈런을 7월 이후에 쏘아올리고 있다. 타율(0.325)과 출루율(0.371)도 높다. 이유가 있다. 도미니카에 있던 가족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기 때문이다.

LG 이일재 홍보팀장은 "알칸트라가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빠른 속도로 안정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남 이스마엘은 큰 힘이다. 경기 직전 야구장에서 몸을 풀 때도 알칸트라는 아들과 함께 캐치볼을 주고받는다.

이스마엘은 이제 LG 구단의 '마스코트'가 돼버렸다. 아빠와 똑같이 '23'번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오갈 때마다 잠실구장의 대형 전광판에는 이스마엘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클로즈업된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