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33년 경력 셰프가 만드는 ‘할배 츄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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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년 경력 셰프가 만드는 ‘할배 츄러스’

도깨비 야시장 ‘1호 매진’
도깨비 야시장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푸드트럭계의 이단아

온갖 수식어를 달고다니며
SNS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할배 츄러스!!

‘아니 똑같은 츄러슨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지?’

알 사람은 다 안다는 그 소문의 츄러스에는
숨겨진 특급 비법이 있었으니…

33년 경력의 ‘셰프’출신 주인장
이경재(67) 할아버지가 바로
할배 츄러스의 ‘살아있는 비법’이었습니다

사실 할아버지는
1979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
교수식당ㆍ기숙사는 물론 주말엔 교수회관에서
‘셰프’로 근무하셨습니다

하지만 서울대가 법인화되고
학교가 대기업들과 식당계약을 맺게 되자
평생 요리밖에 몰랐던 할아버지는
2014년 12월 학교를 떠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할까요?
은퇴 후 떠난 하와이 여행에서
할아버지는 운명처럼
제2의 기회를 발견하게 됩니다

백발의 노인이 해변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음식을 파는 모습을
본 순간 ‘아,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한국에 돌아온 후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직접 레시피를 만들어 츄러스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셰프’의 실력과 ‘할아버지’의
정성은 숨길 수가 없었던 걸까요?
점점 찾는 사람도 늘어만 갔죠

“손주가 츄러스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2-3번은 먹어요. 손주가 먹을 음식인데 대충 만들 수 없죠”

손님이 늘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할아버지는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자’
‘친절한 할아버지가 되자’ 등
여전히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프렌차이즈니 뭐니 해보자는데 그러면 맛이 지금같을 수가 없어요. 찾아주는 손님들 최고로 대접해주고 싶어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지자
동업을 해보자며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할아버지의 소신을 당해내지는 못합니다

“만들어놓고 팔면 돈이야 더 벌겠죠. 근데 이게 그러면 안되는 거거든요. 하나하나 그자리에서 만들어서 팔면 많이 팔지도 못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야 맘이 편해요”

늘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는 할아버지
어쩌면 할아버지에게 츄러스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제2의 인생, 그 자체인 듯 한데요

나이는 중요치 않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할배 츄러스’
세상에 이런 할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배석영 인턴 bae.seok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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