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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숨기고 책을 팝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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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출판사 세곳이 제목과 지은이를 공개하지 않은 책에 대한 예약 판매를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출판계에서 '떼거리 서점 유랑단'으로 통하는 대표들을 둔 출판사 북스피어·마음산책·은행나무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벤트다. 이들은 '북스피어 X', '마음산책 X', '은행나무 X'라는 이름으로 쪽수, 가격, 도서 관련 키워드만 공개한 책에 대한 예약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11만부가 팔리며 화제가 된 '문고X' 기획을 벤치마킹한 기획이다. 일본의 '문고X'는 책 전체를 전면 띠지로 가리고 래핑해 책에 대해 알 수 없게 만든 채로 판매하는 문고본이다. 쪽수, 가격, 그리고 장르가 논픽션이라는 것만을 공개했다.

도쿄 '사와야 서점' 페잔점의 직원인 나가에 다카시로가 기획한  이 책은 원래 한 달에 두세 권 정도 팔려나갔으나 '문고X'로 이름 붙이자 일주일 만에 60부가 팔렸다. SNS에는 독자들로부터 "표지가 보이는 상태였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테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 책을 사서 읽게 돼 정말로 좋았다. 접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소감이 많았다. 실제 책을 산 독자들도 "나는 '문고X'뿐만 아니라 '문고X' 기획의 취지까지 함께 구매했다"며 책 이름을 알리지 않았다.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는 "올 1월 영국 옥스퍼드의 '블랙 웰' 서점에 들렀을 때도 비슷한 풍경을 봤다"며 "매대 한켠에 '어 노블 서프라이즈(A NOVEL SURPRISE)!'라는 타이틀로 책들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각 나라에서 출간된 소설 중 블랙 웰 서점의 스태프들이 엄선한 작품이 제목과 저자 이름이 가려진 채 진열돼 있었다. 이는 영국 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서점들에서 시행하고 있었던 이벤트"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또 "마음산책, 은행나무, 북스피어 세 출판사가 올해 라인업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신선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책'을 선택해 동시에 출간해 보자는 데에 이르렀다"며 "이런 이벤트르 통해 '출판사와 독자가 함께 뭔가 재미난 작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벤트는 만우절인 이달 1일에 각 사의 SNS를 통해 공개됐으며 오는 24일까지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판매를 진행한다. 교보문고에서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오프라인 예약판매'를 한다. 광화문점을 비롯한 15개 지점에서 역시 24일까지다.  

25일부터는 모든 서점에서 판매한다. 물론 이때도 제목과 저자를 숨기고 판매한다. 구입한 독자들에게는 5월16일까지 제목과 저자를 SNS 등에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제목과 저자는 5월16일 자정에 공개한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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