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안 전 대표가 지지율 상승세를 탄 이후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됐고, 안 전 대표도 사실상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쥔 만큼 양측의 공방은 전면전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文 일부 지지층 "돕는 척만 했다" 불만 토로 #安, 11월 불출마 선언 후 40여 차례 유세 참여
가장 최근의 충돌 지점은 지난달 31일 안 전 대표의 ‘사면 발언’이었다. 다음은 이날 경기 하남시 신장시장을 찾은 안 전 대표와 기자들과의 문답.
대통령에 당선되신다면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실 것인가요?
“대통령이 사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의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진행할 겁니다.”
박 전 대통령 경우에도 사면위원회에서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안 전 대표 “국민의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입니다.”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 전 대표가 아직 재판도 시작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언급해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며 “‘국민 요구가 있으면’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사면에 방점을 둔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배를 탔지만 대선 후 점차 멀어졌다. 2015년 12월 안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특히 지난 1월 문 전 대표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발간한 이후 포화(砲火)를 주고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다시 한 번 지난 대선 때 안 전 대표의 지원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본문 중
(질문자) 그때 만약 안철수 의원이 미국으로 가지 않고 함께 선거운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문재인) 그런 식의 아쉬움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많은 아쉬움들이 있지만 알 수는 없죠.
(질문자) 왜 붙잡지 못했습니까? 함께하자고. 그렇게 단일화를 해놓고 미국으로 가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문재인) 제가 안철수 의원이 아니니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죠. 그건 그분의 몫 아니겠습니까?
安, 미국행 비행기 오르면서 불화 예고
책에서 문 전 대표가 “안철수가 돕지 않았다”고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소극적인 지원이 아쉬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서 문 전 대표의 불쾌함은 묻어났다.
이에 안 전 대표는 2월 13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후보 양보 이후 40회가 넘는 전국 유세, 4회에 걸친 공동유세를 했다”며 “안 도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양보만으로도 ‘고맙다’하는 것이 기본적 도리 아니냐. 양보뿐 아니라 도와줬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도와주지 않아) 졌다고 하는 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양측의 ‘진심 공방’은 지난 대선 당일이던 2012년 12월 19일 안 전 대표의 미국행이 불씨를 댕겼다. 안 전 대표가 투표 직후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자 문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돕는 척만 하더니 당선되는 꼴을 보기 싫어서 나라를 떠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에 안 전 대표 측은 “선거가 끝나면 대선 공과에 따른 논공행상문제가 떠오를 텐데 나가 있어야 문 후보가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출국날 문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미국행 이유 등을 밝혔고, 문 후보도 크게 반겼던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팩트체크 결과]“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문재인을 돕지 않았다”는 일부의 주장은 유세 참여 횟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사실이 아니다. ☞거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