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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늙는 반려동물 시대..‘펫(pet)금융’ 뜬다

중앙일보

입력

#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40대 안모씨의 반려견 쫑아(13)는 당뇨병을 앓고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맞는 인슐린 주사약값만 한 달에 7만5000원이 든다. 

일회용 주사기값과 월 1회 진행되는 각종 정기검사 비용을 합치면 안씨가 한 달에 쫑아에게 지출하는 의료비가 60만~70만 원 선이다. 지난달에는 개가 방광암 수술을 받고 나흘간 입원해 추가로 200만원가량이 들었다. 

안씨는 “가족과 같은 반려견을 치료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사람처럼 건강보험이 안 되니 비용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전직 교수 김(76)씨는 함께 지내는 고양이가 유일한 가족이다. 5년여 전 원래 키우던 고양이가 세상을 뜬 뒤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 입양했다. 하지만 막상 김씨 본인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김씨는 “혹시라도 내가 갑자기 떠나게 되면 고양이를 누가 책임지고 맡아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펫(pet) 금융’ 수요가 커지고 있다. 안씨처럼 의료비 지출이 큰 사람들을 위한 펫 보험ㆍ펫 카드에서부터 사후 반려동물 위탁을 책임지는 펫신탁까지 다양한 상품이 나온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노견이나 병든 동물의 수명 연장을 원하는 경우가 늘면서 의료비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펫 보험은 갑작스러운 입원·수술 등 목돈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순수보장성 보험상품이다. 한때 판매가 중단됐다가도 재출시를 거듭하며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올해로 출시 10년째를 맞은 삼성화재 ‘파밀리아 리스 애견의료보험 2’는 개 전용 보험이다. 2008년 41건이던 계약 건수가 지난해 1116건까지 늘었다.

지난해 반려동물 시장 규모 2조원 넘어 #펫보험ㆍ펫카드ㆍ펫신탁 등 다양한 상품 잇따라 #

기본적으로 상해ㆍ질병 시 자기부담금 1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의 70%를 보상해 준다. 애견이 일으키 사고에 대해서도 자기부담금(10만원)을 제외하고 500만원까지 배상이 된다. 보험료는 세부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만 1세 순종 말티즈 기준 연 32만원 가량이다. 일시납과 월 분할 납부 중 납부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2013년 출시된 롯데손보의 ‘롯데마이펫 보험’은 개뿐 아니라 고양이도 가입할 수 있다. 수술ㆍ입원 의료비를 책임지는 ‘수술입원형상품’과 통원진료까지 보장하는 ‘종합형상품’이 있다. 수술 1회당 최고 150만원, 입원ㆍ통원 1일당 최고 10만원을 보장한다. 2마리 이상 반려동물을 보장받을 경우 특약을 통해 10% 할인 혜택을 준다. 연평균 보험료는 수술입원형 10만원, 종합형 35만원이다.

 현대해상이 지난해 다시 선보인 ‘하이펫애견보험’은 기존 보험들이 보장해주지 않는 범위까지 특약으로 제시하는 게 특징이다. 반려동물이 늙을수록 흔히 발생하는 피부질환과 구강질환, 고관절, 슬관절 질환 등을 가입자가 선택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펫 보험 가입을 고려 중이라면 너무 미루지 않는 게 좋다. 신규 가입 연령이 만 6~7세로 제한돼 있다. 애견협회나 지자체가 발행한 등록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부 보험사는 가입 동물의 얼굴사진 3장(전면·좌측면·우측면)을 받기도 한다.

 펫 카드는 동물병원 의료비 지출 뿐 아니라 반려동물 용품점이나 카페·훈련소 등 관련 업종 전반에 대한 할인을 제공한다. 대표 상품 2가지가 출시 3~4년차에 접어들면서 안정적인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IBK기업은행의 ‘참! 좋은 내사랑 PET카드’는 반려동물 업종으로 등록된 9000여 개 가맹점에서 10% 할인을 해 준다.

사료와 간식 등을 구입할 때 방문하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도 5%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전월 실적(40만원, 100만원, 200만원)에 따라 할인 폭이 월 1만5000~6만원으로 제한된다. ‘KB국민 반려애(愛) 카드’도 할인 폭과 혜택은 비슷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입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카드 이용금액의 일부를 유기동물 지원 사업 등에 기부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비용을 줄여주는 카드·보험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형태의 펫금융이 나왔다. KB국민은행이 국내 최초 출시한 'KB펫신탁'이다. 자신이 죽은 뒤 동물을 키워줄 수탁자를 지정해 부양비를 미리 맡겨두는 상품이다. 만 19세 이상의 개인이 최대 1000만원까지 돈을 수탁할 수 있다. 출시 초기 반려견 상품이었지만 문의가 증가해 고양이로 가입대상이 확대됐다. 동물등록증은 위탁자 사망 전까지 은행에 제출하면 된다.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2조원대를 넘어섰다.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로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지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5조 81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황원경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향후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해소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커질 것”이라면서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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