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이 살길" 5년간 기술개발에 3조5000억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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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자로 4개 회사로 쪼개진 현대중공업이 5년간 기술개발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조선·플랜트 부문이 어려지면서 회사가 나뉘어졌지만 재도약을 위해선 결국 기술 확보 외엔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새출발' 현대중공업, '기술 품질 경영 전략' 발표 #미래 먹거리 성장 동력 확보, 경쟁력 강화 위해 투자 #연구개발 인력 4000명 2021년까지 1만명으로 확대

현대중공업 등 옛 현대중공업 4개사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기술ㆍ품질 중심의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술개발에 약 2000억원을 쓴 것을 고려하면 3배가 넘는 연간 7000억원씩 총 3조5000억원 지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설계와 연구개발 인력은 현재 4000명에서 1만 명으로 확대한다. 인사제도도 연공서열 대신 성과 보상 위주로 전면 개편한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권오갑 부회장 등 6개사 대표는 이날 울산 현대중공업 본관 앞에서 기념식수를 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권 부회장은 “오늘이 현대중공업의 제2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기술과 품질을 모든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아 각 분야 글로벌 톱 5 진입을 목표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분사를 결정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현대중공업(조선ㆍ해양)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ㆍ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분사하는 내용의 분할계획서 승인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공개된 경영전략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5년간 시설투자 39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500억을 기술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친환경ㆍ스마트 선박 개발,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 강화, 디지털화된 스마트 야드 구축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높은 품질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목표다. 조선업과 해양플랜트 시황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투자해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일렉트릭은 6800억원을 투자한다. 신제품 연구개발을 통한 판매 라인업을 확보하고 세계 굴지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다. 현대건설기계 역시 6600억원을 투자해 주력제품인 굴삭기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솔루션을 개발에 나선다.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용 로봇 사업과 서비스 사업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분사뒤 일성으로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아직 산재해 있는 현안을 해소하지 못한 처지다. 천연액화가스(LNG) 선박 등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수주 절벽 탈출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여기에 노동조합과 갈등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노조는 분사 계획 발표 이후 ‘4자 1노조’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법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경영진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기본급 20% 반납을 요구하고 있고 노조는 이에 반대해 임단협 교섭은 76차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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