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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차종 할인, 1조 세일 … 내수절벽 뚫어라, 기업들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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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기아차가 할부금리를 내리는 방법으로 차값 인하에 나섰다. 이달부터 선수금(15%)과 할부기간(36개월·48개월·60개월)에 관계없이 계약금 10만원만 내면 연 4.5%의 할부금리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할부 금리는 기존보다 최저 0.4~3.4%포인트 내려가 소비자는 ▶쏘렌토 209만원(60개월 할부 기준) ▶쏘나타는 151만원 ▶아반떼는 121만원을 싸게 사는 효과를 얻는다. 할부금리 인하 대상은 제네시스 같은 고급 승용차에서 봉고 같은 상용차까지 사실상 전 차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용차에도 똑같은 금리 할인 혜택을 주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금리 뛰고 정치 등 불확실성 커져 #국내소비 9년 만에 3개월째 감소 #현대·기아차, 할부금리 4.5%로 낮춰 #쏘나타 최대 151만원 절감 효과 #롯데, 14개 유통 계열사 전부 동참 #1조원대 물량 한 달간 싸게 팔아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업계 맏형인 현대·기아차가 치고 나가는 만큼 국내 완성차 업계는 물론 수입차 업계까지 도미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가전 업체들도 대대적인 세일 행사에 나섰다. 지난해 가을 진행한 대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정부 주도였다면 이번엔 기업들이 자체 행사를 통해 할인에 나선 게 차이점이다.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소비자는 웃겠지만 뒤집어 보면 ‘이례적 할인’을 해야 할 만큼 우리 경제와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 정치적 불확실성, 미국발 금리 인상 후폭풍에 따라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소비는 지난해 11월 전달보다 0.3% 줄어든 데 이어 12월 0.5%, 올해 1월 2.2% 감소했다. 소비가 3개월 이상 연속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12월 이후 처음이다. 올 2월엔 소비가 3.2% 반짝 상승했지만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 조치를 앞두고 중국인 보따리상이 사재기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반도체·석유화학 등 몇몇 업종을 제외하곤 기업 실적도 좋지 않다. 현대차의 경우 2012년 8조4369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엔 5조1935억원으로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영업이익도 3조5223억원에서 2조4615억원으로 30% 줄었다.

사드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도 ‘생존용 세일’에 나섰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홈쇼핑·롯데면세점 등 롯데그룹의 14개 유통 계열사가 전국 1만1000개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지난달 30일부터 3~4주간 ‘롯데 그랜드 페스타’를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총 1조원 규모 물량을 풀어 ‘1조 세일’로도 불린다. ‘창사 50주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사드 위기 돌파용이다. 롯데 유통 계열사가 동시에 대규모 세일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마트는 ‘쇼핑 비수기’인 4월에도 이례적으로 대형 할인 행사를 이어간다. 전국 이마트 점포는 물론 인터넷몰에서도 1+1, 반값 판매 행사 등을 펼친다. 홈플러스는 창사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할인 행사를 12일까지 연장했다.

“정부, 장기적 소비 진작책 마련해야”

2일 동교동 LG전자 베스트샵을 방문한 고객이 가격 할인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말까지 창립 70주년 할인을 하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2일 동교동 LG전자 베스트샵을 방문한 고객이 가격 할인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말까지 창립 70주년 할인을 하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가전업계는 중국 가전 업체 추격에 맞서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내수 시장에선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은 LG전자는 이달 말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 기간 동안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주력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품목당 1000명에 한해 최대 30만원의 현금을 돌려 준다. ‘혼수·이사 세트’나 ‘효도 세트’를 마련해 3개 이상 제품 구매 고객에게 청소기·가습기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 심리가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소비 심리가) 더 가라앉았다”며 “정부가 일시적 소비 장려 행사보다는 청년층에겐 고용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게 해주고, 돈 있는 중·장년층에겐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것과 같은 중장기적 소비 진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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