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낸 200억 비자금] 어디에 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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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 정치권의 관심은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이 조성한 자금의 용처에 집중되고 있다. 일단 민주당 의원들은 함구하거나, "權씨의 돈을 받지 않았다"고 펄쩍 뛴다. 김옥두 당시 사무총장은 "權전고문이 빌린 돈 1백10억원은 당에 전달됐고, 총선 후 당 후원금으로 그 중 80%를 갚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현대로부터 2백억원에 달하는 돈이 현금으로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도 검찰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만일 현대 돈이 유입된 것이 확인되면 민주당 의원들은 입장이 어려워지게 된다. 특히 權씨의 돈을 많이 받아 쓴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 내년 총선에서 공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16대 총선 당시 격전지는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출마한 부산 등 영남 일부 지역도 접전지로 분류됐다. 수도권에서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의 박빙 승부지역은 30여곳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치열했던 곳은 동대문을.동작갑.용산.구로을 등이었다. 동대문을에는 한나라당 중진 김영구 전 의원에게 386으로 고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인회씨가 도전했다. 결과는 3표차로 許씨가 떨어졌다. 동작갑에선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에게 역시 386 출신인 이승엽씨가 달려들어 1백50여표 차이로 낙선했다.

경기도 광주에선 문학진 현 청와대 정무1비서관이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에게 2표차로 졌다.

반면 서울 용산에선 민주당 설송웅 의원이 한나라당 진영 변호사에게 1백13표 차이로 신승했다. 'DJ저격수'라고 불리던 한나라당 이신범 전 의원(강서갑)에겐 김성호 의원이 도전해 승리했다. 수도권의 이종걸.정범구.김덕배 의원 등도 격전 끝에 이겼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나온 386후보들은 대개 2억원 이상씩을 중앙당으로부터 지원받고, 대략 3억~5억원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신고했다. 여야 후보들이 중앙당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평균이 7천83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평균보다 세배 정도 많은 돈을 지원받은 셈이다.

민주당 386 후보 중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으로 신고한 이는 임종석(서울 성동)의원. 선거비용 지출액과 지구당에서 신고한 정당활동비를 합쳐 모두 6억1천만원을 신고했다. 이 액수는 2000년 총선 후보자를 통틀어도 2위에 해당한다.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우상호 위원장은 총 선거 비용으로 4억3천만원을, 송영길(인천 계양)의원은 3억원을 각각 신고했다. 이들은 2억1천만원씩을 중앙당 지원금으로 받았다.

한편 지난 총선에서 당 지원금 총액이 전체 평균(7천83만원)을 넘긴 후보자는 모두 2백86명. 이 중 민주당 후보자가 1백94명(67.8%), 한나라당 후보자는 90명(31.15%)이다. 지원금 총액 순위에서 상위 1백26위까지는 민주당 출마자들이다.

중앙당 지원 순위는 영남의 권정달(경북 안동), 김태랑(경남 밀양-창녕), 김정길(부산 영도), 노무현(부산 북-강서을)후보가 1~4위를 차지했다.

이상일.신용호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 바로잡습니다

8월 14일자 5면 '與 총선 접전지…'기사 중 민주당 우상호 위원장의 지난 총선 선거비 사용액은 원자료인 중앙선관위 측의 중복계산에 따라 늘어난 것으로, 총액 4억3천만원을 3억2천만원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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