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보수 對 개혁 '홍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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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법관 문제를 놓고 법원과 재야 법조단체, 그리고 법원 내부에 갈등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장 판사들은 단체 행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사법 파동'이 예고되는 움직임이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사시 33회)판사 등 서울지역 단독판사 3명은 13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띄운 글에서 대법관 후보에 대한 대법원장의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과거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다면 대법원은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李판사는 "현재 1백여명의 판사가 답변 메일을 보내왔다"면서 "의견을 취합해 내일 오전 대법원장에게 연명(連名) 의견서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기존 서열에 근거해 후보를 추천한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 여전히 견고하다. 사법부 독립과 법원 조직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서울지법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이번 대법관 후보 선정은 용기 있는 결단"이라면서 "시민단체 등 외부의 압력이 들어오는 가운데 대법원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과감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 서울고법 판사는 "헌법(제104조)상 대법관 제청권은 엄연히 대법원장에게 있다"면서 "대법관 임명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면 개헌부터 논의하는 것이 맞는 순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3일 성명을 내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현직 부장판사까지 대법관 후보자 선정을 두고 사퇴한 것은 이번 후보자 추천이 법원 내부 구성원들에게서도 동의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외부 지적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으로, 제청위원회를 통한 의견 수렴과 제청 자체는 엄연히 구분된다"고 밝혔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 등의 자문위원직 사퇴에 대해서도 "지위를 망각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시환 부장판사의 사표 제출 등 법원 내부의 반발에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내부의 집단적 반발 움직임이 있을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현경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사법파동 사례

▶1차(1971):판사에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하자 판사 1백여명 집단 사표
▶2차(1988):소장 법관 85명 법원 독립과 사법부 민주화 촉구 성명
▶3차(1993):서울민사지법 단독 판사 40명 사법부 개혁 촉구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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