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프장 안돼" vs.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 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커미셔너가 US여자오픈 개최지 논란을 일축했다. 미국의 여성인권단체인 울트라바이올렛은 30일(한국시간) ANA인스퍼레이션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 힐즈 컨트리 클럽에 몰려가 '미국골프협회와 LPGA는 트럼프를 버려(USGA&LPGA:DUMP TRUMP)'라고 적힌 배너를 내걸었다. 이에 앞서 지난 주 이 단체는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이 열린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 앞에서도 반트럼프 시위를 벌였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

마이크 완 커미셔너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오는 7월 열리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때문이다. 올해 대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소유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울트라바이올렛은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US여자오픈이 열리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바로 트럼프의 여성 비하 전력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끔찍한 여자"라고 막말을 하는 등 여성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휩싸였다. LPGA투어에 참가 중인 조디 이워트(잉글랜드)도 "트럼프의 발언은 도덕적이지 못하다"며 개최지 변경을 주장했다.

완 커미셔너는 이에 대해 "트럼프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를 뽑았든 뽑지 않았든, US여자오픈을 개최하는 것은 USGA의 권한이다. 골프에 정치를 끼워넣지 말라"고 말했다. 이워트와 달리 리제트 살라스(미국)는 완의 발언에 동조했다. 아이러니 한 건 살라스가 멕시코 이민자의 딸이라는 점. 트럼프는 이민자에게 불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살라스는 "여성인권단체로부터 대회 보이콧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US여자오픈은 내게 꿈의 무대다. 주최측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골프대회일 뿐이다"고 말했다.

 완 커미셔너로 대표 되는 LPGA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시즌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가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PGA는 지난해 트럼프가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트럼프 소유의 플로리다주 트럼프내셔널 도럴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 대회를 멕시코시티로 옮겨 치렀다. 대회명도 멕시코 챔피언십으로 바꿨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역시 트럼프 소유의 턴베리골프장을 디오픈 순회 개최 코스에서 제외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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