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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금융] 블록체인·인공지능·챗봇 … 금융권, 디지털 혁신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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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보험사 … 금융가에 '4차 산업 혁명' 바람

블록체인·인공지능(AI)·챗봇(chat-bot)·바이오인증·로보어드바이저…. 은행·보험·증권·카드·자산운용을 망라한 전 금융권에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디지털·모바일·핀테크가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지 몇 년이 됐지만 그 변화 속도가 갈수록 가파르다.

은행들 모바일 플랫폼 활성화 박차
생체정보 활용한 인증·결제 서비스
디지털뱅크 출범, 환경변화 예고도

저금리와 예대마진 저하, 경쟁 심화로 인해 금융회사가 앉아서 쉽게 돈 버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경쟁자도 다음 달 초 등장을 앞두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공통으로 꼽는 경영목표도 ‘디지털’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월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통해 “디지털 금융을 통해 KB가 미래금융의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선도하자”고 주문했다.

지난 3월 23일 취임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한금융을 ‘디지털 신한’으로 업그레이드해 생산성 혁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금융을 기반으로 ‘판’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며 위비플랫폼의 활용을 강조한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3대 신성장동력으로 디지털·글로벌·은퇴금융을 꼽고 있다.

최근엔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도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변화의 흐름이 거세다. 리브(Liiv·국민은행), 써니뱅크(신한은행), 1Q뱅크(하나은행), 위비뱅크(우리은행), 올원뱅크(농협은행), 아이원뱅크(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은 잇달아 모바일 플랫폼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뛰어넘어 생활 속의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영업점 창구에서 모바일로의 이동은 이미 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뱅킹(모바일 포함)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42조4247억원, 이용 건수는 8750만건이다. 이중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이용금액은 일 평균 3조12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6% 늘었다. 이용건수도 5290만건으로 25.3% 늘었다.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에서 스마트폰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전통적인 대면채널인 은행 영업점의 디지털화 역시 빨라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창구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무인 셀프뱅킹을 구현하는 스마트 자동화기기(ATM)를 창구에 놓은 미래형 지점을 운영 중이다(신한·우리은행). 영업점 창구에 전자서명이 가능한 태블릿PC를 거치해두고 전자문서를 이용해 서류 작업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은행도 있다(신한·하나·기업은행).  

금융사의 보안성과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도 국내 금융권의 화두다. ‘디지털 분산거래 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거래 참가자들이 내용을 분산해 기록하는 방식이다. 중앙서버에 거래 정보를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보안에 강하다.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서 1990년대 인터넷 혁명에 비할 수 있는 ‘블록체인 혁명’으로 불린다.

은행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각각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올 상반기 중 구축할 계획이다. 증권업권 컨소시엄은 로그인과 인증절차의 통합관리 서비스를 우선 추진과제로 정했다. 은행권 컨소시엄인 현재는 복잡한 서류발송과 확인과정이 필요한 외국환 지정거래은행 변경에 블록체인 기술을 우선 연내에 도입키로 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흐름을 선도하도록 정부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생체정보를 활용해 본인 인증뿐 아니라 결제까지 하는 ‘바이오페이’ 서비스 도입도 추진된다. 지금도 여러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가 지문·홍채·정맥 등을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본인 인증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손바닥을 대기만 하면 손바닥 정맥을 읽어 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핸드페이’와 같은 서비스도 조만간 시범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권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으로 디지털금융 생태계의 변화가 예고돼있기 때문이다.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다음달 3일,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중 출범 예정이다.

이들 인터넷은행은 24시간 어느 때나 10분 내로 모바일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예금·대출·송금·자산관리 등 모든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100% 비대면 방식의 은행이다. 인터넷은행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용평가를 통해 중신용자를 겨냥한 중금리 대출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 은행은 물론 중신용자를 타깃으로 했던 카드·캐피탈·저축은행권의 판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 전망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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