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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연결된 컴퓨터, 사지마비 환자를 움직였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구진이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뇌를 컴퓨터에 연결해 환자의 뜻대로 손을 움직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증 마비환자가 자신의 뇌를 활용해 신체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전날 영국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게재됐다.

어깨 이하 마비된 美남성 코체바, 스스로 식사 성공 #손상된 척수 대신 컴퓨터로 근육에 신호 전달해 #연구진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려면 일부 개선 필요"

오하이오주립대 웩스너메디컬센터 연구진은 2006년 자전거 사고로 어깨 아래 신체가 마비된 빌 코체바(56)의 뇌 속에 센서를 심어놓고 코체바가 손을 움직이려 할 때 뇌가 보내는 신호를 포착했다. 그 다음 이 신호를 외부 케이블을 통해 컴퓨터로 보냈고, 이 컴퓨터가 신호를 분석해 코체바의 팔과 손 근육에 부착한 전극에 명령을 내리게 했다. 손상된 척수 대신 컴퓨터가 뇌의 신호를 신체 각 부분에 전달하게 만든 것이다.

코체바는 이번 실험을 통해 사고 이후 처음으로 직접 손으로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 동작을 해냈다. 코체바는 “팔을 움직이려고 생각만 했는데도 마비됐던 팔이 움직여졌다”며 실험 결과에 놀라움을 표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이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려면 장치가 휴대 가능한 정도로 작아지고 유선 대신 무선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밥 커시 연구원은 “수년 안에 코체바 같은 환자들이 연구소 밖에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하려면 여러 기술적인 향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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