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교란민정·당내용 양날의 칼| 대통령선거 뒷전인 의원들에 자극제|야당에겐 조직책 전열정비 혼선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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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선거전의 열기에 묻혀 별로 표면상의 관심을 끌고있진 않지만 여야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실은 대통령선거에 못지않게 국회의원선거에 측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의원선거는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되지만 선거제도와 특히 선거구 문제는 벌써 민감한 리해다툼의 대상이 되고있고 여야정당들은 공천·선거구 문제등을 대통령선거운동에 있어 소속원들의 기여도와 연계시킬 움직임을 보여 일종의 대통령선거운동의 작전으로도 활용하는 인상이다.
민정당이 최근 1구 1∼4인제 선거방안을 띄우면서 대야협상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대통령선거에 정신없는 야당들의 호응이 없어 국회의원선거법 협상은 상당기간 성립조자 될 수없는 상황이고 아무래도 대통령선거가 결판이 난후에야 새로운 정치질서 위에서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민정당이 비교적 구체적인 국회의원선거제도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그 나름대로의 다목적인 속셈이 있기때문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민정당은 그 동안 야당의 소선거구제 주장에 대응키 위해 △소선거구제 수용 △현행 1구2인제의 개선△1구1∼4인제등 세갈래에서 검토해왔는데 최근1구1∼4인제를 일단 대야협상안으로 내놓기로 결정했다.「인구비례지역대표제」라는 이 방안은 시·도·구제 행정단위를 기본선거구로 하되 최대 및 최소선거구간의 인구비율이 3·5대1을 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7만1천명∼25만명까지는 1인 △25만∼50만 2인 △50만∼75만 3인△75만∼1백만 4인씩 뽑는다는 방식이다.
이 방안은 인구비례·지역대표성을 아울러 고려한다는 명분하에 농촌에서는 소선거구제, 대도시에서는 중선거구제로 하자는 것인데 이안이 전해지자 야당측에서는 여당이 유리한 농촌에서는 「독식」 하고 여당이 불리한 대도시지역에서는 동반당선하자는 파당적 발상이라고 비판이 쏟아졌다.
여당내에서도 이제는 공명정대함을 국민앞에 보여주어야하는데 이번 방안은 당략적 발상으로 되지도 않을 일을 공.연히 속만 보였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이 방안을 내놓은 정우모 사무총장등 당직자들도 야당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으로보고 내놓은 기색은 결코 아닌 것 같다.
당직자들은 야당의 반응이 신통찮다는데 대해 『어차피 대통령선거가 끝나야 갈피가 잡히지 않겠느냐』고 느긋해했다.
이렇게 볼 때 민정당이 이안을 꼭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는 없다는게 확연히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또 야당측의 반대기세로 봐서 앞으로의 협상에서도 채택될 것으로는 결코 전망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민정당이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의원선거법 협상이 뻔히 안될 것을 알면서도 이안을 비판받아가며 굳이 이 시점에 내놓은 속셈은 다른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
당내외에서는 그 속셈을 민정당의 대통령선거전략과 결부시키는 분석이 유력하다.
즉 △대야교란용 △외부영입인사에 대한 배려, 그리고 △당내 의원들 및 출마를 꿈꾸는 인사들의 대통령선거득표경쟁용등 세가지 목적을 노린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풀이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야권이 두 김씨 진영으로 갈라져 어수선한틈을 타서 국회의원선거제도 개정안을 내놓음으로써 누가 어떤 지역구를 맡게될지, 현재의 야당조직책이 그대로 유효할 지 여부등에 혼선을 일으키고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리자는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분열 후 야당들은 지역구별책임자를 선정하고 조직책을 임명 또는 보강하는등 전열정비에 바쁜 실정인데 선거구제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이되면 큰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최근 여권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 동시선거설과 l2월초순의 조기대통령선거설등도 한때 은밀히 유포시켰는데 이런 것도 여권의 일관된 대야 교란책의 일환이라는 후문이다.
이같은 대외용이라는 성격과 함께 당내용 목적도 무시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수뇌부는 의원들이 대통령선거에 전력 투구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 이들에게 자극제를 줄 필요성에서 기존질서를 뒤흔드는 국회의원선거개정방향을 고의로 비쳤다는 관측이다.
의원들은 대통령선거자금으로 지원한 자금을 전액 투입하지않고 국회의원선거를 위해 일부는「비축」 해두는 것을 비롯, 전반적으로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보고가 여러 창구로 여권 고위층에 감지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태우 총재와 여권핵심은 시·군·구별 득표책임자를 선정해 사실상 현역위원장과 득표경쟁을 시켜 그 결과에 따른 도공행상형식으로 의원후보를 결정한다는 복안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의원선거법개정안을 비친 것은 이 방침을 효율적으로 뒷방침 할 의도에서 나온것으로도 보인다는게 일부의원들의 지적이다.
국희의원선거개정방침이 전해지자 일부 전국구의원과 의원출마희망자들은 벌써 연고지에 내려가 열심히 뛰고있거나 될 채비를 차리고 있어 효과」를 거두고있다는 분석이다.
세번째 민정당은 이른바 보수대연합의 목표하에 구여·구야정치인, 국민당현역의원등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의 선지역구보장요구에 성의를 보이기 위해 선거구대폭증대를 고려치 않을 수 없다는 해석이다.
구공화당츨신의 오유방전의원등 4뎡을 영입한데 이어 곧 국민당의원 10명선의 입당, 구야정치인들의 영입이 이로써 본격화될 것이라고 당직자들은 기대하고있다.
이처럼 민정당의 대내외적 용도를 생각하면 △지역구의 증설필요성 △도시선거구대책 △대야설득력등이 민정당의 국회의원선거방안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아직은 어떤 안도 유동적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국 앞으로 대통령선거운동에 필요한 인력확보상황, 달라진 정계상황, 대통령선거결과등에따라 개정방향은 어차피 새로 까여질 수밖에 없으리라 보여지지만 소선거구제보다 현행1구2인제의 보완쪽이 될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많다.<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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