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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주한대사 소환 있을 수 없는 일…역사문제 성의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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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전 주일대사)과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 대표가 27일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대담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전 주일대사)과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 대표가 27일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대담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중국의 부상 등으로 국제 질서의 판이 크게 바뀌고 있는 시점.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과 북핵 위협의 증대로, 장기간 이어진 한·일 및 한·중·일 3국 관계의 교착 상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9년 민주당 간사장으로 전후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무너뜨린 일본 정계 거물이자, 동아시아 중시 외교로 주목받은 오자와 이치로(小?一?) 자유당 대표(75·16선)를 27일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전 주일 대사)이 만났다. 

국립외교원(원장 윤덕민) 강연 차 방한한 오자와 대표는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먼저 성실히 임해야 하고, 이때 한국도 (그 사과를) 받아들여 과거 앙금을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이 화해한 뒤,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중국에 메시지를 내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 2010년대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동북아시아는 세력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과 파장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로 향후 북핵 문제가 동아시아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까.

"일본, 말만 하는 사죄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 성실히 임하고 #한국도 '맞다' 생각 땐 받아들여야" #"중국, 사드 관련 한국에 나쁜 짓 #한·일 손잡고 중국에 협력 메시지를"

▶오자와 이치로 대표=미국이 대북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수단을 취하더라도 중국의 양해를 얻지 않으면 어렵다고 본다. 중국의 방침은 북한 ‘존속’이다. 이는 북한 체제가 내부에서 붕괴하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중국은) 그것을 대신할 정권을 만들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직접 민주주의 국가(한국)와 국경을 맞대는 것은 그들에게 위협적이기 때문에 북한이라고 하는 그런 완충지대를 갖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중국과 여러 면에서 대화하지 않으면 북한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신 대사=북한 문제 해결에 미·중 양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진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을 찾아 트럼프 미 대통령과 양국 현안을 논의할 것인데, 북핵 이슈는 어떻게 다뤄질 것이라고 보나. 일본 정부의 역할은.

▶오자와 대표= 미국은 궁극적으론 중국과의 대치를 원치 않는다. 중국 또한 미국과 원만하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본다. 가장 큰 걱정은 중국의 공산당 중심 체제가 흔들리는 경우다. 그 전에 북한을 통제해놓지 않으면 북한은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 인접한 한국과 일본은 곤란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신 대사=북핵 등 긴급 상황 대처에서 주변국간 협조는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한·중·일 3국 관계는 매우 안좋고, 미·중 관계 역시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다. 특히 최근 4년간 한·일 양국 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한일 관계를 회복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방안은.

"긴 역사 속 많은 일 있었지만  

한일 강제 병합은 가까운 역사의 일"


▶오자와 대표=조금 단순하다고 할까, 엉뚱하다고 할까. 아베 정권은 주한 일본 대사를 소환해 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는 현재 대화할 실마리가 없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 뿐만 아니다. 일본의 강제 병합은 가까운 시기 역사다.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겼다.말로만 하는 사죄가 아니라, 일본국과 국민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일본이 먼저 움직일 문제라는 것이다. 그 뒤 한국이 ‘맞다’고 생각하면 역사적 앙금은 버려야 한다.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본이 교과서에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기술하지 않는다는 질문을 오늘 강의 때 들었는데, 한국 교과서에 일본을 기술한 내용도 (한국민이) 봤으면 좋겠다. 나는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매일 보는데, 한국에선 일본 드라마를 방영하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은 한국에 성의를 보여야 하고 이때, 여러분들도 이를 꼭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신 대사=역사를 직시하는 태도, 자세가 문제의 출발점이란 부분에 동의한다. 일본 측이 확실하게 반성과 사죄를 하고, 한국은 관용의 정신을 보여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도, 양국간 타협의 산물이다 보니 (서로 입장에서) 모자란 부분이 있다. 역지사지해서  메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위안부 문제 뿐 아니라 북핵 문제, 4차 산업혁명 등에서 한·일이 협력하면 평화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 일본의 외교 정책이 전반적으로 미·일동맹 기조를 강조하면서, 동아시아에 대한 관점이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자와 대표=지정학적으로, 문화적으로 어쨋거나 일본은 ‘아시아의 일본’이다. 동아시아는 긴 역사의 많은 시기를 양호한 관계로 지내왔는데 오늘날과 같은 (교착) 상황은 안타깝다. 일본에게도 별로 좋지 않다. 한·일 양국은 화해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중국의 (이 지역내) 경제·군사적 현안 등에 대응하고 동아시아의 평화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 일본은 전쟁의 과거사 때문에 (주변국에서)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양국이 서로를 위해, 동아시아를 위해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고 본다.


▶신 대사=일본의 ‘보통국가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아베 총리 임기중 평화 헌법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지.

▶오자와 대표=아베 총리의 손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보통국가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그가 지향하는 것은 보통국가가 아니다. 약간 시대착오적인 이상한 국가가 아닌가 싶다. 일본 국민들은 행동에 소극적이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아베 정권을 지지한다고 나오는데, 기본 정책을 물으면 다 반대한다. 야당이 자민당을 대체할 만한 세력이 안 되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아베를 지지한다고 해두지 뭐' 이런 식인 것 같다. 보통의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일본을 되돌려야 한다. 어떻게든 다음 총선거에서 바꾸고 싶다.

"중국의 패권적 외교 경향은  

중국 내부 문제에서 비롯돼"


▶신 대사=최근 중국의 외교정책이 과거에 비해 훨씬 공세적인, 어떤 의미에선 서태평양에서 세력권을 형성하려는 의도까지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기립해 있다. [베이징 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기립해 있다. [베이징 AP=뉴시스]

▶오자와 대표=중국 내부의 문제가 더 크다. 시진핑 주석이 언론을 탄압하고, 부패를 추방하겠다면서 공산당 내부 숙청을 도모하고 있는데, 그런 강권 정치는 지배 체제가 흔들릴 때 나타나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에 성공했지만, 공산당 독재와 시장경제주의의 모순에 노출되고 있다. 외부에 대한 패권주의적 경향은 국민들의 눈을 내부 문제에서 바깥으로 돌리기 위한 것인데, 과거에 비해 정권 내부에서 군의 영향력이 굉장히 강해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군사위원회 멤버를 봐도 예전엔 당간부들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현역군인들이다. (동아시아 정세를) 제대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선 일본 혼자선 절대로 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이 (관계를 개선해) 사이가 좋아졌으니 함께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중국에) 줘야 한다. 중국을 끌어들여 3국 FTA(자유무역협정)를 맺는 등 여러 조치를 해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 때문에 중국이 (한국에 대해) 나쁜 짓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것도 (중국) 정권의 내부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양국 관계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극동아시아의 평화는 없다.

▶신 대사= 일본 정부가 북한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접촉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 핵문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없이 일·북간 납치 문제 타결이 가능하겠는가.

▶오자와 대표=정부가 북한과 교섭하는지는 잘 모른다. 몰래 (남의 나라에) 들어와 사람을 납치하는 일은, 옛날 같으면 전쟁이 일어날 일이다. 가족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그만큼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제대로 된 성의있는 사과하고,

이를 수용하는 한·일 지도자 나와야"


▶신 대사=동북아 지역의 한·중·일 협력은 세계 어느 지역 보다 뒤처져있다. 2008년 한·중·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상설 사무국도 만들고 '2020 비전'을 통해 로드맵도 만들었으나, 일·중, 한·일, 한·중 순으로 관계 악화됐다. 3국 정상회담은 2015년 서울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상태다.


▶오자와 대표=동북아의 미래를 향해,각국 국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 우선 한·일 양국이 안정되고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으면 좋겠다. 오랜 역사를 거슬러 가면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어쨋거나 한국, 중국에서 큰 앙금으로 남아있는 문제들은 가까운 역사에 일어난 일들이다. 일본측에서 먼저 제대로 된 성의를 표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럴 수 있는 지도자가 일본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한국 지도자가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도쿄 로이터=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도쿄 로이터=뉴스1]

 신각수 소장과의 대담에 이어 오자와 대표에게 일본 국내 문제 등에 대해 간단한 의견을 들었다.
 -아베 총리의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이 일본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판 받는 것과 거의 유사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국민의 재산인 국유지를 헐값에 양도했다. 총리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해도 영부인(아키에)이 모리토모 학원의 소학교를 방문해 강연도 했고, 학원 관계자들과 친한 사이였다. 일본의 관청들이 일반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볼 때 엄청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권력 남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다. 또 한가지는 총리 부인이 소학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기된) 교육칙어를 가르치자고 했다. 정부의 교육기본방침을 부정하는 듯한 일을 공공연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처럼 많은 사람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도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할 생각이다."


"일본 국민들 행동에 소극적,

아베 지지율 높지만 정책에는 반대" 


-박근혜 대통령 상황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퇴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야당들만 제대로 돼 있다면 아베 총리를 퇴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그럼에도 62%(27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로 높고, 야당의 지지율은 굉장히 낮다. 가능하겠나.
"지지율과는 상관이 없다. 일본 사람들의 좀 이상한 점이긴 한데,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아베 정권의 기본정책에 대해선 국민들이 모두 반대한다. 총리의 지지율은 야당들이 통일이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야당간 협력 체제가 만들어진다면 지지율과 상관없이 선거에선 반드시 야당들이 이길 것이다.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인기가 높다. 7월 총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도 있는데.
“고이케는 상당히 제대로 된 여성이다. 저도 몇 년동안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번 도의회 선거에선 고이케의 ‘도민제일모임’이 압승할 것이다. 다만 국정 선거에 곧바로 나오긴 힘들 것이다. 지금 막 도지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 본다. 이후엔 어떻게 할진 아직은 잘 모르겠다. ”

-고이케 도지사의 매력은.
“우선 강심장이고, 정치적 감이 좋다. 퍼포먼스도 괜찮다. 대단한 사람이다. 국정을 운영하려(총리 도전) 할 것이다.타이밍 상 이번 7월 도의회 선거에 집중하고 에 집중하고 바로 총리 선거에 나가긴 상식적으로 힘들 것으로 본다.”

-아베 총리의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지 만 4년째다. 평가를 한다면. 

“아베노믹스라는 건 내용이 거의 없는 말뿐인 정책이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책인데 빈부 및 고용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일본국민들의 경우 다들 먹고 살만은 하기 때문에 저항 운동으로 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거다. 그러나 야당이 잘 협력해 통합이 되고 그런 민심을 수용할 수 있게 되면 반드시 정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정리 김수정 국제선임기자·김상진 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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