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디스커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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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주장에 반대할 때 항상 웃음 띤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그의 고매한 인격 때문이었을까.
그러나「몽테뉴」의 해석은 다르다. 「소크라테스」의 여유는 모든 대화나 토론에서 결국은 그에게 승리가 돌아오리라는 확신 때문에 그러한 반대를 새로운 영광의 자료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몽테뉴」는『대화술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대화와 토론은 정신을 단련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자연스런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화와 토론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지난번 김대중씨에 이어 3일 저녁엔 김종필씨를 초청한 관훈클럽의 토론회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토론회의 특징은 패널 디스커션. 사회자를 포함한 4, 5명의 토론참가자가 단상에서 특정논제를 놓고 좌담식의 자유토론을 벌이는 형식이다.
이 패널 디스커션은 패널 멤버 (토론참가자)가 어느 정도 전문지식이 있으면서도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선정해야 하고, 주제도 청중의 관심과 예비지식이 있을수록 좋다.
그런데 이번 관훈토론회는 특정논제 대신에 대통령후보들을「주제」로 올려 놓았다는 점에서 묘미가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한 나라의 대권을 겨냥한 인물이라면 확고한 정치적 신념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인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의 과거 행적과 말이 일치되지 않으면 아무리 비단결 같은 변론을 펴도 신뢰할 수 없다.
이번 토론회에 참가한 두 후보는 모두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고 진땀을 흘렸다. 스포트라이트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처칠」의 명언이 생각난다. 정치가란 내일, 내주, 내월, 그리고 내년에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언하는 재능이다. 그리고 후일 그 예언이 맞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할수 있는 재능이 있는가 없는가에 달렸다.
문제는 말재능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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