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시·조병덕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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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월파 김상용(1902∼50)의 대표적인 초기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는 자연 속에서 구름이나 새처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고자하는 「삶의 관조적 자세」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이미 물이나 밭이 되어버린 시인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조화백은 그림 속에서 아이를 안은 여인을 나무라든가, 소와 조금도 다를바 없는 자연이 일부처럼 세워둠으로써 시세계에 값하고 있다. 『저 작은 초가의 창문뒤에 서서 들판을 바라보고 있다는 심정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조화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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