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육지가 바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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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강원도속초항의 해변지형이 변하고 있다.
파도가 몰고 온 사구가 바다를 육지로 바꾸어 놓고 해변육지가 격랑에 침식, 바다로 변했다.
속초시청호동 8∼9통지역 해변가-.
속초해수욕장 북쪽에 인접한 이 지역은 77년까지만 해도 해안을 따라 폭20∼30m, 길이 5백여m의 광활한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백사장은 10년사이 파도에 휩쓸려 간곳없이 사라지고 수심 5∼10m의 바다로 돌변, 1·3km구간의 둑위 주택 3백여가구들은 졸지에 벼랑 위에 섰다.
침식지역인 조양동1통3반 지역 14가구는 지난해 10월 몰아친 파도에 전파, 이중 서동엽씨 (71)는 집터를 새로 닦아 새집을 다시 짓고 눌러앉았지만 원세봉씨 (49) 등 13가구는 인근 6통2반 속칭 새마을로 이주해야만 했다.
반면 이곳에서 북쪽으로 접해있는 청호동1∼5통지역 해변은 파도가 싣고 온 사구가 길이 5백m, 폭 30∼70m의 광활한 백사장을 형성, 바다가 육지로 변했다.
이곳은 백사장이 생기기 전만해도 속초에서 가장 수해가 심했던 곳. 3∼4m의 파도만 쳐도 주택이 침수, 주민들이 대피소동을 빚었고 68년 10월24일 해일 때는 주택 1백20채가 파손, 3백여채가 물에 잠겨 1천5백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같은 지형변화는 76년부터 동명동 등대 밑에서 남쪽으로 뻗친 북방파제가 7백m (종전44m)로 축조된 후 파도의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
속초시 동명동 1∼5통지역은 동북쪽에서 밀려드는 파도를 방파제가 막아 직파를 받지않는데다 방파제에 부딪친 물살이 회돌이를 치며 외항의 모래를 안쪽으로 싣고와 퇴적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8∼9통지역은 방파제 증축후 파도방향과 수직을 이루고 방파제끝과 조도사이의 해조가 4백m로 좁아진 협로를 지나면서 더욱 거세지는 파도가 해변을 침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해마다 가옥침수와 파손피해를 겪어 견디다 못한 30여가구가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10년전만해도 해변에 즐비했던 오징어덕장도 자취를 감췄다.
청호동사무소 직원 황기현씨 (49) 는 『5∼6년전만해도 남방파제 부근은 바탓물밑에 바위와 해초가 보였으나 이제는 백사장으로 변했다』며 『항만청 당국이 방파제 증축으로 예상된 파도의 흐름변화를 감안치 않아 이 상태로 가다보면 남쪽의 해수욕장은 모래가 모두 패어나가 자취를 감추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해지방해운항만청은 이와 같이 퇴적·침식지대가 뒤바뀌자 지난해 6월 2억원을 들여 남방파제 밑인 청호동1∼9통 구간 1km의 기존호안외에 청호동9통∼조양동6통 해수욕장 위까지 3백70m의 호안과 파제벽 (높이2m을 쌓았으나 극심한 침식현상으로 호안벽이 훼손되는 데다 해수욕장 백사장은 갈수록 패어나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
항만청은 이에 따라 침식지대는 방파제축조용 4원주(테트라포드)를 바닷쪽으로 3∼4중 쌓아 침식작용을 최대한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30여 년 간 이곳에서 살아온 이태길씨 (64) 는 『상전벽해란 바로 이런게 아니겠느냐』며 자연앞에선 왜소해질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새삼 발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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