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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차이나' … 초강대국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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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은 지난해 10월 12일 간쑤성 주취안 발사대에서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 6호를 쏘아올렸다. 2003년에 이은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은 경제력과 과학 기술력 증대를 통해 강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중앙포토]

외교.군사.경제 등 전방위에서 중국이 빠른 속도로 힘을 키워나가고 있다. 비약적인 경제 성장이 그 원동력이다. 이에 따라 미국.일본 등에선 중국 위협론이 퍼지고 있다. 강대국화는 1895년 청일전쟁 패배 이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 중국이 다시 그 세력을 회복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정재호 교수가 주축이 된 '중국의 강대국화 프로젝트팀'과 공동으로 중국 강대국화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이 팀은 2년 전부터 중국의 강대국화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해왔으며 연구 성과를 조만간 단행본 '중국의 강대국화: 비교 및 국제정치학적 접근'(도서출판 길)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이 다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漢), 당(唐), 명.청(明.淸)에 이어 네 번째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25년간 경제가 연평균 9.6%씩 성장한 결과 2005년 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4위로 올라섰다.

무역 규모는 세계 3위, 외환보유액(8189억 달러)은 2위,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액은 1위다. 중국은 2010년 전에 현재 3위 경제 대국인 독일을, 2020년께는 현재 2위인 일본을 각각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 이사국의 하나이며 핵 보유국이다. 지역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EAC)'를 창설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상하이 협력기구(SCO)'와 북핵 6자 회담을 주도하면서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에서 중심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한 나라가 강대국으로 불리려면 세 가지 조건 즉, 의지.능력.인식을 갖춰야 한다. 중국의 경우 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의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의지는 민족주의 성향을 통해 나타나는 것 외에도 1990년대 후반부터 천명하고 있는'책임지는 대국 외교'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둘째 조건인 능력을 보자.

◆ 강대국화, 이미 9부 능선 넘어=능력의 조건들을 살펴보면 미국.영국.프랑스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군사력의 증강이 핵심이다. 중국의 핵 전력은 이미 최소한의 억지력을 지녔다. 대부분의 미사일이 고체연료와 이동발사기지 중심으로 대체됐다. 재래식 전력 면에서 공중급유 능력과 항공모함을 갖지 못한 것이 한계다.

중국의 군사력은 최소한의 핵 억지력 보유와 함께 지상군을 중심으로 한 '방어적 국방(defensive defense)'에 초점을 두고 있다. 첨단 무기 획득, 신기술 개발, 대규모 병력 유지에는 막대한 재정, 즉 경제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구 때문에 1인당 지표만 따진다면 중국은 잘해야 '중등 국가'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강대국화를 설계하고 주도했던 중앙 정부들은 국가의 부에 대한 효율적 동원력을 발휘했다. 옛 소련을 보더라도 1인당 소득보다 국가가 동원할 수 있었던 재원의 총량이 더 중요했다.

따라서 동원의 효율성을 전제로 경제 총량을 볼 때 중국은 이미 강대국의 지위에 가까이 가 있다.

대내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강대국의 조건이다. 소련의 붕괴가 군사력의 약화나 대외적 영향력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음을 볼 때 대내 통제력의 유지는 강대국의 핵심 조건이다.

1993년 중국 중앙정부가 거둔 세금은 전체 세수 중 22%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는 55%로 급증했다. 하지만 93년 8700여 건에 그쳤던 이른바 '군체성(群體性)'치안사건(용어설명 참조)은 2005년 8만4000건으로 늘었다. 사회 전반의 불만을 충분히 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티베트나 신장(新疆)과 같은 주변부 통제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외 적응 능력의 측면에서 중국은 대외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해 왔다. 90년대 후반 '중국 위협론'이 서구로 확산하자 2003년 '평화로운 부상(和平起)'의 담론을 제시했다. '굴기'란 말이 '빠른 속도로 부상함'을 의미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곧바로 '평화로운 발전(和平發展)'으로 수정했다. 셋째 조건인 인식은 어떨까.

◆ 미.일, 견제 움직임=국제사회는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세계를 변화시킬 중요한 요소로 중국을 꼽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세계 정치의 중심이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는 중국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익상관자(stakeholder)'이면서 아시아에서는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분류했다. 일본도 2004년 12월 공표한 '신방위 계획 대강'에서 중국을 안보위협으로 적시했다.

중국의 부상은 실제보다 그 속도가 훨씬 빠르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지역 기반을 가진 대륙 국가의 강대국화는 주로 내적 발전에 기인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를 저지하려고 해도 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미국의 지나친 중국 견제가 오히려 중국의 '방어적 패권' 추구를 부추길 수도 있다.

앞으로 동아시아의 국제 정치가 과거 유럽에서처럼 '갈등적 세력 교체'로 나타날지, 아니면 미국의 사례처럼 기존 선도국가(영국)와 전쟁을 벌이지 않는 평화로운 모습을 띨지는 두고 볼 일이다.

▶ 공동기획팀=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팀장), 손병권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강윤희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손열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병광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신봉수.김애경.김예경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유상철.장세정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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