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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⑪벚꽃비 내리는 창원…아귀찜 놓치면 섭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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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덕꾸덕 해풍에 말린 아귀에 매콤 새콤한 갖은 양념과 콩나물을 넣어 만든 아귀찜. 

꾸덕꾸덕 해풍에 말린 아귀에 매콤 새콤한 갖은 양념과 콩나물을 넣어 만든 아귀찜.

3월 초 매화·산수유로 시작한 꽃 사태가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3월 말에는 벚꽃이 봉오리를 벌릴 참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8일 부산을 시작으로 4월 6일엔 서울에서도 벚꽃이 개화한다. 벚꽃 절정은 의외로 꽃이 질 때다. 나뭇가지에 달린 앙증맞은 꽃은 낙화할 때 더 로맨틱하기 때문이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실려 꽃비를 뿌리 듯 여기저기로 내려앉는다. 꽃이 바람이 되고 바람이 꽃이 되는 몽환적인 장면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창원시 진해 군항제. 국내를 대표하는 꽃 축제다.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창원시 진해 군항제. 국내를 대표하는 꽃 축제다.


벚꽃엔딩을 맞을 수 있는 곳은 서울에도 많지만 진짜는 저 먼 남쪽 동네 창원에 있다. 올해로 55번째 열리는 진해 군항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 축제다. 2016년 방문객은 270여만 명, 그중 외국인이 22만 명이었다. 올해 진해 군항제는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진해 군항제를 간다면 마산합포구에 있는 ‘오동동 아구찜 거리’도 가보시라 권한다. 매콤 새콤한 양념을 잔뜩 업은 쫀득쫀득 아귀찜은 벚꽃 비 못지않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있는 아귀찜 특화 골목. 아귀찜 식당 20여 곳이 이 거리에 몰려 있다. [사진 창원시청]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있는 아귀찜 특화 골목. 아귀찜 식당 20여 곳이 이 거리에 몰려 있다. [사진 창원시청]

아귀찜은 창원 별미로 꼽힌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일대에 약 20개 아귀찜 식당이 모여 있다. 오동동에 아귀찜 식당이 생겨난 것은 1960년대 초. 아귀를 해풍에 꾸덕꾸덕 말려 매콤한 양념에 볶아내는 마산 스타일 아귀찜의 유래는 이렇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오동동에는 뱃사람을 상대로 해장국과 장어구이를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어부들이 흉측하게 생긴 물고기를 들쳐 메고 와서는 버리기 아깝다며 요리를 해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재수 없다며 물고기를 버리라고 손사래를 쳤고, 어부들은 담벼락에 물고기를 던져놓고 가버렸다.

콜라겐 덩어리 아귀, 못생겼지만 맛있어 #벚꽃구경만 한다고요? 아귀찜도 먹어야죠

말린 아귀.

말린 아귀.

이렇게 버려진 물고기가 아귀다. 아귀는 차디찬 해풍에 얼고 볕에 녹기를 반복하면서 추운겨울을 보냈다. 이윽고 봄날, 혹부리 할머니는 명태말린 것과 비슷해진 아귀를 발견하고 된장·고춧가루·마늘 등 갖가지 양념을 넣고 끓여냈다. 처음에는 국물이 흥건한 생선국 모양이었다가 점점 국물을 자작하게 졸여내 지금의 아귀찜이 됐다.

1966년 문을 연 오동동아구할매집(055-246-3075)은 3대째 내려오는 맛집이다. 1대 안소락선 할머니가 창업해 며느리 김삼연씨에게 물려줬고 지금은 김씨의 아들 심재훈씨와 며느리 한유선씨가 어머니를 도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오동동아구할매집은 전용 덕장도 갖고 있다. 11~1월 겨울동안 잡아들인 아귀를 손질해 약 3주 동안 해풍에 말린다. 말린 아귀는 특히 영양가가 풍부하다.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칼슘 함유량이 세 배가 많아진다. 아귀는 바다에서 나는 완전식품이라고 할 만큼 몸에 좋다. 아귀 몸 전체를 덮고 있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모두 콜라겐이다.

오동동아구할매집의 특징은 다양한 메뉴다. 2대 사장 김삼연씨가 가게를 맡으면서 아귀불갈비, 아귀해물볶음, 아구꽃게해물찜, 아구탕, 아구불고기전골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 김씨는 마산 아귀찜을 전국적으로 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향토음식대회나 행사를 쫓아다니며 아귀찜 요리를 선보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에는 경상도 향토음식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내장과 살코기가 골고루 들어간 아귀 수육.

내장과 살코기가 골고루 들어간 아귀 수육.

벌겋게 양념이 된 아귀찜은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잔뜩 고인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에 중독돼 계속 젓가락질을 하게 된다. 말린 아귀찜은 쫄깃하다. 꼬들꼬들한 아귀 살결마다 고루 베인 양념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낸다. 아귀 수육은 신선한 생 아귀를 갖고 요리한다. 내장과 살코기 등 거의 모든 부위를 고루 잘라 뜨거운 육수에 데친다. 익은 고기를 건져 초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은은하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건아귀찜 2만5000원, 생아귀찜 2만5000원, 아귀수육 4만원(이상 2인 기준).

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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