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시험실에서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 직경 61㎝ 크기의 얇은 철망 안에 스마트폰 배터리를 넣고 불을 붙인다. 직화구이처럼 타던 배터리는 10여초만에 폭발했고 파편은 철망을 가볍게 뚫고 나왔다. 이 배터리는 LG전자 기준에선 ‘불합격’이다. 배터리 연구 10년 차라 소개한 김성우 LG전자 제품시험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 배터리는 안전 설계가 엉망이면 폭탄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평택공장서 배터리 안전성 검사 과정 첫 공개 #"안전과 견고...소비자들, 기본 충실한 폰 원해"
'쿵! 쾅!' 시험실에 들어서니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소음이 들렸다. 바닥에 배터리를 놓고 볼링공 2개 무게(9.1㎏)의 쇠뭉치를 61㎝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충격 실험' 중이었다. 쇠뭉치에 짓눌린 배터리는 시큼한 냄새를 풍기는 전해액이 튀어나왔지만, 불꽃이 튀거나 연기가 나진 않았다. 7㎝짜리 못으로 배터리 중앙부를 뚫기도 하고 배터리를 직접 불 위에 올려 태우기도 하는 등 시험은 극한 상황 속 특전사 훈련을 연상하게 했다.
테스트는 G6가 포장돼 시장으로 팔리기 직전까지 이뤄졌다. G2동 4층에 위치한 조립라인에선 연노랑 방진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최종 테스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36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로 넘어오는 제품에 흠집은 없는지, 카메라·마이크 기능이 잘 돌아가는지 등을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이 작업은 기계가 할 수 없다. 한 라인 당 20여 명의 인원이 줄지어 서서 직접 G6를 써보면서 테스트한다. 총 14개 라인에선 하루 3600개 제품이 검사를 마치고 포장 라인으로 이동한다.
LG전자가 G6의 안전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독특한 디자인이나 기능보다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폰'이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석종 LG전자 MC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전무)는 생산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비자들은 안전함과 튼튼함 등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G6는 세계 기준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으로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안전성을 특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갤노트7은 물론 애플 '아이폰6'도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 소비자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아이폰6 폭발 신고를 8건 접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한국 국가기술표준원도 '전원꺼짐' 등 배터리로 추정되는 이상 현상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공개할 때는 배터리 안전성 개선책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점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택=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