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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전 차관, "영재센터 후원, GKL엔 시켰지만 삼성엔 안 시켰다"

중앙일보

입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후원은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라면서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씨와 장시호씨 등이 거짓말한다고 주장

김 전 차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4일 열린 자신과 최순실·장시호씨 재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공기업에 2억원의 후원금을 내게 한 사실은 있지만 삼성이 16억의 후원금을 낸 것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삼성 후원과 관련해 최씨 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차관으로부터 삼성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최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공기업은 내가 관장할 수 있지만, 삼성은 개인 기업이라 저한테 요청올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최씨의 요구를 전부 들어주지 않았고, 영재센터·GKL 등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과 일치하는 것만 들어줬다"면서 "안 들어준 부탁이 더 많아서 최씨와는 불편한 관계였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차관은 또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 "김 전 차관이 영재센터는 BH관심사항이라고 해 마음의 부담을 느꼈다"고 한 말도 거짓이라고 했다.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김 사장으로부터 영재센터에 지원한다면서 전화가 걸려와 쌩뚱맞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자리에서 저와 상관없이 그런 것(영재센터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문체부 산하 공기업인 GKL이 영재센터를 후원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다. 최씨와 장씨가 사업비를 받아달라고 해 GKL 이기우 대표에게 후원금으로 2억원을 특정해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최씨가 먼저 GKL을 특정해서 쏘아붙이듯 물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이날 재판 마지막에 발언권을 얻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언급했다. 김 전 차관에게 질문을 하며 "VIP가 영재센터를 제안했다고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키워야 마땅한 프로그램이지 않았느냐""대통령이 얘기해서 안 될 걸 되게 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VIP는 몇 십 년을 봤는데 주변 사람을 특정해 봐주라는 얘기를 하는 분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이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얘기를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 전 차관이 "정유연 같이 끼 있는 유능한 친구를 키워야 하는데 안민석 의원 같은 야당 의원들이 기를 죽이려고 한다고 했다. 김종덕 전 장관도 들었다"고 답했지만 최씨는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정유연에 대해서 부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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