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캐피털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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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다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공모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벤처캐피털사들이 그동안 투자한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상장사인 KTB네트워크는 지난주부터 13일까지 주가가 8% 올랐다. 지난 5일 휴대전화 회사인 팬택앤큐리텔이 증권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단비가 됐다. KTB네트워크는 팬택앤큐리텔의 주식 2천3백만주(21%)를 주당 5백90원에 취득했다. 시장에선 팬택앤큐리텔의 공모가를 1천8백90~2천3백1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창투.우리기술투자.동원창투 등도 지난주 한차례씩 상한가를 기록한 뒤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들이 투자한 기업들이 하반기에 주식을 공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익을 낼 것이란 전망때문이다.

한미창투.우리기술투자는 인터넷포털사이트 엠파스로 유명한 지식발전소 지분을 각각 41만여주와 45만여주 갖고 있다. 지식발전소는 오는 27일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엠파스는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2만8천원대로, 두 벤처 캐피털 회사의 주식 매입단가는 1천5백~1천8백원 수준이다.

동원창투도 지난달 등록한 MCS로직에 이어 9월 말~10월 초에 등록할 예정인 나노하이텍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이달 말 코스닥에 등록심사를 신청할 예정인 인터넷 교육회사 메가스터디의 지분 22만주를 통해 1백억원대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2000년을 고비로 기술주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금액이 줄고 업체수도 감소했다. 구조조정회사인 JKL파트너스의 강민균 대표는 "회사 이름에 '광(光.옵틱).바이오.리눅스'만 들어가면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돈을 넣는 이른바 '묻지마'투자의 후유증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고전은 지난해 말까지 계속됐다.

<그래프참조>

그러나 지난 5월 웹젠 이후 신규 상장.등록종목들이 공모만 하면 수천 대 일을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고, 공모주의 주가도 강세를 보이자 알짜배기 기업을 골라 투자한 창투사를 중심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기술투자 조경훈 과장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창투사들은 20여개사 정도"라며 "그러나 KT.SK텔레콤 등 4개 통신사업자가 출자한 3천억원 규모의 코리아IT펀드(KIF)가 하반기부터 투자를 본격화하는 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전문가들은 창투사들이 투자한 회사가 상장.등록 심사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뛰는 것은 조심해야 하며, 실제 심사통과 여부와 창투사들의 실적이 좋아졌는지를 살핀 뒤 매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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