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미수습 학생과 교사들의 책상이 쓸쓸히'...단원고 교장실에 보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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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5시 107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 8.5m까지 올라왔다. 미수습자를 찾을 수 있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단원고, 미수습 학생과 교사 책상 학교에 존치 #학교 "수습 되는대로 노제 뒤 기억교실로 갈 것"

같은 시각 경기도 안산단원고등학교 교장실. 교장실 문을 열자 왼쪽에 세월호 침몰 후 돌아오지 못한 2학년 허다윤(2반), 조은화(1반), 박영인(6반), 남현철(6반) 학생 등 4명의 책상과 의자가 쓸쓸히 있었다. 책상 위에는 음료와 과자, 꽃들이 놓여 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듯 꽃은 시들어 있었다.

단원고 교장실 한켠에 놓여 있는 세월호 미수습학생들의 책상. 안산=임명수 기자

단원고 교장실 한켠에 놓여 있는 세월호 미수습학생들의 책상. 안산=임명수 기자

바로 옆에는 학생들처럼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고창석·양승진 교사의 책상도 있었다. 학생들의 책상과 달리 박스 안에 유품과 꽃다발 정도만 놓였다.

이들의 책상은 이미 수습 후 하늘의 별이 돼 '기억교실'로 옮겨진 다른 학생들 것과 달리 가족의 희망에 따라 교장실에 남게 된 것이다.

이 학교 김인종 행정실장은 “꽃이 시들어도 가족이나 친구들이 놓고 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임의로 치울 수는 없다”며 “가족들이 가끔 방문해 정리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책상과 의자·유품 등은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보관된다. 이날 세월호 인양으로 추가로 수습되면 노제와 함께 기억교실로 옮겨질 예정이다. 만일 이들이 수습되지 않을 경우에는 가족들과 협의해 존치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존에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해 존치했던 교실은 새 단장을 마친 상태다. 희생된 학생들의 흔적은 지난해 말 안산교육지원청 기억교실로 옮겨졌다. 새롭게 단장한 교실에선 정상적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 실장은 “기존에 쓰던 책상과 의자·칠판·게시판·안쪽 창문 등은 모두 기억교실로 옮겨졌다”며 “다만 외벽 창문과 교실 천장 정도만 그대로 남아 있다. 416안전체험관이 건립되면 그때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 옮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임명수·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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