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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교수 강연회 돌출행동으로 구설수

중앙일보

입력

순간의 실수인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표출된 것인가. 『피로사회』『투명사회』 등 현대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담긴 저서들로 독일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킨 재독 철학자 한병철(58·베를린예술대)씨가 강연회에서의 돌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국내 출간한 『타자의 추방』에 대한 15일 강연회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출판계와 페이스북 등 SNS 포스트글에 따르면 한씨는 이날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강연 현장에 나타난 데 이어 연단 오른쪽에 있는 야마하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소리가 깊지 않다고 아쉬워하며 피아노 치는 행위를 반복했다.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사진 찍자 흥분한 목소리로 누가 사진을 찍었으냐며 화를 냈다. 기대했던 강연이 이뤄지지 않자 한 여성 청중이 일어나 문제 제기를 하자 듣기 싫으면 나가라, 강연료를 돌려주겠다는 등 듣기에 따라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독일어로 긴 문장을 읽어나가는 등 기괴한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참석자들이 묻자 화를 냈다는 증언도 있다. 한편에서는 신작 『타자의 추방』에 맞춰 타자의 폭력을 상기시키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상당수의 참석자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문학과지성사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최신작 '타자의 추방' 15일 강연회에서 큰 목소리로 독자들과 충돌 #책 내용에 맞춘 퍼포먼스 해석도…문학과지성사 홈페이지에 사과문

 다음은 사과문 전문.

3월 15일 한병철 강연회를 기획한 문학과지성사입니다. 당일 강연회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연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시는 분들도 있겠으나, 강연자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고 청중에게 무례한 발언을 하여 많은 분들이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연자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한병철 교수의 강연회를 네 차례 기획한 바 있는데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독자들과 좋은 만남의 자리가 되리라 생각하고 강연회를 준비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신 많은 분들께 불쾌감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출판사가 강연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연회는 강연자의 제안으로 시작해 합의하에 진행된 것입니다. 하지만 강연자의 여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출판사의 크나큰 과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서 강연회에 오셨던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문학과지성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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