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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이후 칼 금지, 신발 검사…비행기 반입 금지 품목 역사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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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신발 등 보안검색을 거치는 승객들. [AP=뉴시스]

공항에서 신발 등 보안검색을 거치는 승객들. [AP=뉴시스]

앞으로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편 승객이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영국으로 간다면 휴대전화를 제외한 전자기기는 짐으로 부치는 편이 안전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주요 이슬람 국가에서 미국과 영국행 항공기를 탈 때 스마트폰보다 큰 전자기기를 기내에 가져갈 수 없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동 출발 영·미행 직항편에 노트북 등 휴대금지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 '전자기기 폭탄' 대비인 듯 # 2006년 액체 폭약 차단 후 치약 등 용량 제한

영국 교통부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터키·이집트·요르단·레바논·사우디아라비아·튀니지 등 6개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모든 직항 항공편 기내에 가로·세로가 16cm X 9.3cm를 넘는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을 반입 금지토록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도 8개 국가의 10개 공항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치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민간항공청 대변인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고 호주의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보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번 금지 조치는 테러 때문에 시행되는 것으로, 테러단체들이 상업용 항공기를 목표로 삼고 다양한 제품에 폭발 장치를 넣는 혁신적 (테러)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소말리아에서 반군단체가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밝힌 사건 등이 배경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분석했다. 당시 이륙 직후 장치가 폭발해 비행기 옆에 구멍이 뚫렸고, 비상착륙하기 전 용의자가 사살됐다.

항공기에 가지고 탈 수 없고 수하물로 부쳐야만 하는 물품은 계속 확대돼 왔다.

2001년 뉴욕의 9ㆍ11 테러는 기내 보안을 전세계적으로 강화하게 만든 계기였다. 가위와 주머니칼 등 날카로운 물품이 기내 휴대 금지 목록에 포함됐다. 야구 방망이나 곤봉, 무술 기구,  모조 총기류도 금지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 영국인이 파리에서 마이애미까지 아메리칸항공을 이용하면서 신발에 숨긴 폭발물을 터뜨리려고 시도하다 붙잡혔다. 이후 국제선 탑승 전 신발을 벗고 엑스레이를 통과하게 됐다.

액체류의 기내 반입을 못하게 된 것은 2006년 8월 영국이 액체 폭약으로 공중에서 비행기를 폭파하려는 테러 음모를 저지했다고 발표한 이후다. 치약과 같은 액체 및 젤에는 엄격한 제한이 적용되고 있으며 유아용이거나 의양품용만 허용된다.

2010년 10월 두바이와 런던에서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에 숨겨진 폭발물과 기폭 장치에 대한 대화가 도청됐다. 이에 따라 프린터 카트리지도 체크인 수하물로 보내지게 됐다.

 이번에 영국 정부가 정한 금지 대상 전자기기 기준에 따르면 킨들 같은 기기도 기내 휴대가 불가능해진다. 미국은 노트북과 태블릿PC 외에 게임기도 수하물로만 부치도록 했다.

 미국 금지 조치의 적용을 받는 공항은 10곳이다. 요르단 암만의 퀸 알리아 국제공항,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 쿠웨이트 국제공항,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모하메드 브이 국제공항,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와 아부다비 국제공항이다. 영국은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와 터키의 모든 공항을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런 공항에서 직항으로 입국하는 비행편에 대해 금지 조치를 내렸다.

 항공사로 보면 미국의 경우 로열 요르단, 이집트에어, 터키 에어라인, 사우디 에어라인, 쿠웨이트 에어웨이, 로열 에어 마록, 카타르 에어웨이, 에미레이츠, 에티하드 에어웨이 등이 이같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대상 국가에서 출발하는 자국 항공사도 같은 규정에 따라야 한다. 브리티시 에어웨이, 이지젯, 젯2닷컴, 모나코, 토마스 쿡, 톰슨 항공 등이다.

 노트북 휴대를 못하게 한 이번 조치에 따라 사업상 출장을 가는 이들이 업무를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수하물로 보낸 전자기기가 도난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의 불편을 피하기 위해 중동 지역 승객들이 이동하면 유럽의 항공 허브 도시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전망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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