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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경제자유구역 2곳 백지화 위기 … “재산권 4년간 묶었다 이제 와서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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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4일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충북경제자유구역 부지에 출입금지 경고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 최종권 기자]

지난 14일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충북경제자유구역 부지에 출입금지 경고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 최종권 기자]

지난 14일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고속도로 북충주 요금소에서 나와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를 20여 분간 달려 가흥리 입구에 도착했다. 주변은 대부분 논과 밭이다. 농로에는 ‘에코폴리스 사업지구 내 무단 출입금지’란 팻말이 꽂혀 있었다.

충주에코폴리스 등 사업 지지부진 #주민 “행위 제한으로 피해만 늘어” #토지보상 안되고 투자유치 불투명 #토지 선정 적절성 뒤늦은 논란도 #청주에어로폴리스도 예산낭비 지적

이 일대 장천·가흥·봉황리 2.3㎢(약 70만평)는 2013년 2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지정 초기만 해도 주민들은 개발 기대감에 부풀었다. 자치단체는 “유수 기업을 유치하고 외국인 학교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착공은 커녕 개발계획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밭에서 만난 주민 이정재(60)씨는 “밭 6만6000㎡가 개발지구에 들어가 땅을 팔아야 할지,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곳 농수로 보강공사도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면서 농사짓기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던 경제자유구역이 주민들의 근심 덩어리가 됐다. 21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 경제자유구역 지구 3곳 중 2곳은 4년 동안 사업 진척이 없다. 기업 투자유치도 불투명해지면서 “경제자유구역이 곧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가 심각한 곳은 충주시 에코폴리스 지구다. 당초 2013~2020년에 3874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부품·신재생에너지·물류 거점으로 삼겠다던 계획이 지지부진하다. 2015년 4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개발되는가 싶더니 여태껏 토지보상조차 못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대상지 선정부터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에코폴리스 부지를 찾아가 보니 산업단지 한복판을 관통하는 철도공사가 한창이었다. 중부내륙철도 이천~충주 구간 공사로 에코폴리스 지정 당시 계획에 없었다. 김종배 충북경제자유구역 충주지청 부장은 “철도 노선이 평지보다 10m는 솟아있어 산업단지를 두 동강 내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 부지에는 높이 30~40m 되는 고가 도로가 지나 토지 이용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최초 지정면적(4.2㎢)보다 개발부지가 반토막 난 것도 화가 됐다. 근처 공군부대의 항공 안전구역 위치를 고려치 않고 부지지정을 서두르다 보니 50% 가까이 사업 대상지가 줄었다. SPC 대주주인 H사는 이런 사업 불확실성에 대한 담보로 “분양손실분을 지자체가 책임져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충북도가 이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사업이 중단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청주시에 위치한 청주에어로폴리스 지구(0.47㎢)는 조성 사업비 수백 억원을 투입하고도 항공사 유치에 실패하면서 예산 낭비란 지적을 받고 있다. 정효진 충북경제자유구역청 본부장은 “H사와 충북도, 충주시간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추진을 할지, 일반 산업단지로 변경을 할지 결정하겠다”며 “경제자유구역 해제는 지금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글, 사진=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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