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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시사TONG역기] 스타강사 댓글 알바 논란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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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강의 업체들의 댓글 알바 논란이 결국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소위 1타 강사들의 치열한 경쟁의 이면에는 ‘본인은 치켜세우고 상대는 깎아내리는’ 댓글 알바가 있다는 비밀이 공공연히 전해져 왔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소송전으로 진흙탕 싸움을 빚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이 없지는 않았으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계속돼 온 탓에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도가 급추락하고 있다. 댓글 알바 논란에서 자유로운 인강 업체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 유명 강사를 블랙홀처럼 흡수한 현재 업계 1위 이투스교육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는 양상이다. 최근 벌어진 사태의 전말을 짚어 봤다.

강용석 변호사 설민석·최진기 고발

3월 7일 열린 사교육 불법홍보 고발 및 근절촉구 기자회견에서 우진우(왼쪽) 사교육정상화를촉구하는학부모모임 서울대표, 우형철 강사, 강용석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이투스교육이 댓글 홍보업체를 시켜 소속된 강사를 홍보하고 이들이 지명하는 경쟁학원의 강사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수험생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달도록 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3월 7일 열린 사교육 불법홍보 고발 및 근절촉구 기자회견에서 우진우(왼쪽) 사교육정상화를촉구하는학부모모임 서울대표, 우형철 강사, 강용석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이투스교육이 댓글 홍보업체를 시켜 소속된 강사를 홍보하고 이들이 지명하는 경쟁학원의 강사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수험생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달도록 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일 ‘사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학부모 모임(사정모)’과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넥스트로의 강용석 변호사가 설민석·최진기 등 이투스의 대표강사들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투스 측이 지난 5년간 10억여 원을 들여 댓글 홍보업체를 고용해 자사 소속 스타 강사들에 대한 조직적 불법 댓글 행위를 펼쳤다”면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및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불법 댓글 행위란 자신들은 홍보하고 경쟁 강사에 대한 비난 댓글을 다는 것이다. 앞서 사정모는 이투스가 운영하는 학원 앞에서 관련 집회를 연 바 있다.

사정모와 강 변호사는 7일에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자료를 제시하며 또다시 압박에 나섰다. 이들은 “이투스가 댓글 홍보업체 G사를 시켜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허위 댓글을 올림으로써 수강료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경쟁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수험생들이 많이 가는 사이트로는 수만휘, 오르비, 포만한, 뉴빵카페, 쭉빵카페, 일베, 디시인사이드 등이 거론됐다. 그러면서 이투스와 G사의 계약서, 전자세금계산서, 이투스 대표가 관련 보고를 받은 이메일 등을 공개했다.

강 변호사 등에 따르면 이투스 측은 G사의 댓글 작업에 구체적 지침까지 내렸다. 역사·사회탐구 강사는 여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뉴빵·쭉빵카페에 댓글을 집중시키고 또 광고라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80~90%는 잡담으로 채우는 치밀함도 보였다는 것이다. 또 ID를 ‘야구를 좋아하는 고3’, ‘여성지를 자주 보는 재수생’ 등 자연스러운 인물로 꾸미기도 했다고 알바 정황을 세세히 설명했다.

[관계 기사] 중앙일보 2017년 3월 7일 이투스, 홍보업체 고용해 경쟁사 강사에 비난 댓글
(http:www.joongang.co.kr/article/21346103)

이 자리에는 이투스의 전직 강사인 일명 ‘삽자루 샘’으로 불리는 우형철(수학)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우 강사는 “내가 이투스에 있을 때 이를 알고 중단하라고 주장하다 퇴사하게 된 것”이라며 이투스와의 ‘구원(仇怨)’을 감추지 않았다. 우 강사는 이투스와 2020년까지로 돼 있던 계약을 일방 해지하고 다른 인강업체로 옮기는 바람에 이투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해 126억 5000만 원을 물게 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패소 판결이다. 이후 우 강사는 유튜브에 이투스의 댓글 알바를 고발하는 영상(‘이투스에게 촛불을’)까지 올리는 등 이 문제를 더욱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우형철 강사가 유튜브에 올린

우형철 강사가 유튜브에 올린 '이투스에 촛불을' 영상의 한 장면. [사진='이투스에 촛불을' 캡처]

지난 1월 14일 올린 1시간 15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이투스의 댓글 알바로 일했던 제보자의 증거 자료가 실려 수험생들 사이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우 강사는 이 영상에서 “이른바 ‘괴수 등급’의 게시자까지 알바였다”면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삭제를 하면서도 이 괴수 등급은 아까워 남겼다”며 뻔뻔함을 지적했다. 괴수 등급을 얻으려면 자신의 성적까지 공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걸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예전에 메가스터디·대성마이맥 등과도 불법 댓글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어서, 댓글 알바의 피해자로서 정의로운 ‘내부 고발자’인지 업계의 단순 ‘문제아’인지 엇갈린 시선을 받는 상황이다.

[관계 기사] 중앙일보 2016년 11월 9일 스타강사 ‘삽자루’ 126억 배상금 폭탄
http:www.joongang.co.kr/article/20844548

"사정모도 급조된 단체" 이투스도 맞고소

이에 이투스는 일부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대표강사들의 개입 의혹은 부인하며 지난 10일 사정모와 우 강사 등 5명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맞고발했다. 또 사정모가 의혹 제기에 동원된 급조된 단체라며 또 하나의 ‘알바 설’을 제기했다. 이투스 관계자는 “댓글 홍보를 한 사실은 이미 인정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업계에 만연해 있기 때문에 우리도 방어적 차원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강사들이 직접 개입하고 지시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또한 강 변호사 측의 증거 자료가 완벽한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설민석 강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했다. 그는 “도가 지나친 강용석 변호사의 형사고발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면서 “타강사의 인지도를 활용해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우 강사가 설 강사의 유명세를 이용해 판을 키우고 있다는 의심이다.

[관계 기사]중앙일보 2017년 3월 2일 설민석, 댓글 알바 의혹에 “강용석 관심 받고자 하는 의도” (http:www.joongang.co.kr/article/21333134)

아울러 사정모가 실체가 없는 학부모 단체라며 “이전에 특별한 활동이 없고 집회 참석자들이 수당을 받고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버스 회사가 인당 7만 원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동원했다’는 내용의 일부 언론 보도가 이를 뒷받침하자 강 변호사는 “허위 보도”라며 “사정모는 회원 200명을 보유한 단체로 1년간 설립을 준비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발족했다”고 해명했다.

이투스 측은 강 변호사가 등장한 것도 이슈 몰이용이라고 해석한다. 강 변호사는 여성 아나운서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으로 국회의원을 그만 둔 뒤에도 여러 사건에 휘말려 ‘고소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 특유의 입담으로 방송에서 다시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사생활 문제로 또다시 하차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력이 입증된 스타 강사들이 뭐가 아쉬워 댓글 알바를 고용하겠는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경쟁이 치열하고 넉넉한 마케팅 비용으로 오히려 이런 유혹에 휩싸인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투스교육이 댓글 알바 동원에 대해 올린 사과문. [사진=이투스교육]

이투스교육이 댓글 알바 동원에 대해 올린 사과문. [사진=이투스교육]

이투스는 댓글 알바 논란과 관련,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식 사과 및 후속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지난 2007년과 2011년 사과를 한 적이 있고 지난 1월 우 강사의 고발 영상이 공개되기 직전에도 신승범 이투스 온라인사업본부 사장이 댓글 알바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영상이 나온 뒤에는 관련 마케팅 부서 인원들을 직위 해제시켰다. 이번에도 뿌리를 뽑기 위해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으며 추가 징계위원회도 열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투스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우 강사가 현재 소속돼 있는 스카이에듀의 모기업도 댓글 알바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6일 공단기 마케팅 담당 윤 모(34)씨 등 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의 가짜 ID 수천 개를 구입한 뒤 수험생을 가장해 경쟁 업체 관련 게시글에 악성 댓글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학원 측은 “회사 차원에서 지시한 적이 없으며 일부 직원의 과잉 충성에서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관계 기사]끊이지 않는 학원가 ‘댓글 부대’ 동원 논란… 수강생들만 피해 우려
(http:www.joongang.co.kr/article/21285558)

우형철 강사가 유튜브에 올린

우형철 강사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의 한 장면. 이투스에서 고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댓글 알바가 수험생 커뮤니티에 소속 강사를 옹호하는 글을 보여 주고 있다. [사진='이투스에 촛불을' 캡처]

우형철 강사가 유튜브에 올린

우형철 강사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의 한 장면. '댓글 알바'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한 증거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이투스에 촛불을' 캡처]

그렇다면 댓글 알바가 횡행했던 수험생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어떤 반응일까. 수만휘의 ID ‘갑과을’은 “인강 학생들을 ATM기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저짓거리를 할까”라며 냉소적인 댓글을 달았다. 오르비의 ID ‘인강감별사’는 “본인이 지시했든 안했든 댓글 알바로 인해 다년간 막대한 수익을 얻었고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사과를 하는 게 우선 아닌가요”라고 적었다.

댓글 알바 때문에 인강 추천 글의 신뢰성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ID ‘특별검사임명’은 수만휘에 “요즘 알바가 하도 많아서 선배, 학원 혹은 학교 선생님께 추천받거나 직접 서점에서 보고 사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댓글 알바 파동이 공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반응도 많았다. 수만휘의 ID ‘마즘’은 “전 제 인생이 더 중요해서 열심히 듣는다”고 밝혔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이번 사태가 특정 인강 업체와 강사의 갈등의 산물인지 정말로 강사들까지 보고를 받는 등 개입된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쨌든 사교육 업계에 비교육적인 일이 있었던 것만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만큼 향후 소송전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 어떤 자정 노력을 펼지 주목된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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