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 갈 적 다르고 올 적 다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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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호 19면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전략적 투자자(SI)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락해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다음 날이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2010년 대한통운·대우건설 등의 인수합병(M&A)에 잇따라 실패하며 위기에 몰렸을 때 금호타이어 지분을 내놓으며 얻은 권리다. 입찰 가격보다 단 1원이라도 더 써내면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가격(9550억원)이 매겨지자 투자자를 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는 사고 싶은데 수중에 돈은 없으니 중간에 룰을 개정해달라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 맺은 약정에 ‘우선매수권은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주주협의회에서 정식 논의없이 컨소시엄 구성을 거부한 것은 절차상 문제”라며 법정 공방도 불사할 태세다. 반 중국 정서에 기댄 여론전에도 나섰다. ‘뒷간 갈 적 다르고 올 적 다르다’는 시장의 목소리도 경청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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