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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엔 '환호' 홍준표에 '야유'…후보들 박근혜·박정희 향수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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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18일 책임당원 70% 국민 30% 여론조사를 통해 예비경선 후보를 6명으로 압축한다. 하루 앞두고 열린 17일 서울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후보자 비전대회에선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는 연설이 쏟아졌다.

한국당 첫 경선 연설회에 '태극기' 대거 참석 #인명진 위원장에 "빨갱이, 내려오라" 고함도

후보자 연설은 조경태·원유철 의원,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김진태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관용 경북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 안상수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순으로 각각 15분씩 진행됐다. 김진태 의원 지지자를 포함한 태극기 부대가 대거 참석해 행사 시작부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정우택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에게 “빨갱이” “내려오라”며 야유와 함께 고함을 치며 혼란 속에 진행됐다.

17일 자유한국당 비전대회에서 지지자의 환호를 받고 있는 김진태 의원.            백민경 기자

17일 자유한국당 비전대회에서 지지자의 환호를 받고 있는 김진태 의원. 백민경 기자

김진태 의원은 가장 많은 환호를 받았다. 전체 참석자 1500여 명 가운데 3분의 1 가량인 500여 명의 지지자들이 행사장에 참석해 ‘김진태’를 연호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날 “저를 사람들이 강경 친박, 친박 결사대라고 부른다”며 “친박 굴레, 좋다. 그 주홍글씨를 안고 가겠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어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그 배신자들은 이미 한 번 두번 여러 번 죽는 게 아니겠느냐”고도 말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김 의원 연설 이후 썰물처럼 행사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김관용 경북지사 역시 “탄핵으로 파면된 전 대통령이 밤중에 삼성동 사저로 와야 하는 이 절박한 현실을 현장에서 보면서 가슴을 치고 분노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가 불편하면 고향인 경북지사가 고향에서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김 전 위원은 “4년 전 대통령 선거 때 개표방송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51.6%이었다. 한국사에서 5·16이라는 숫자는 우리 국민을 일깨운 운명의 숫자이기에 깜짝 놀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신문사에 들어와 박정희 대통령의 가족, 박근혜 영애를 비롯해 100여 명을 만났다. 그 때 만난 이들이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박정희를 칭송하고 찬양하고 그리워했다”며 “박정희 대통령이야말로 대한민국 5000년 역사가 배출한 가장 공동체적인 인간이요, 가장 뜨거운 개혁가”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1976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오른쪽)과 당시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중앙포토

1976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오른쪽)과 당시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중앙포토

핵무장 등 강한 안보 대통령을 공언한 원유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소개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께서 북핵에 맞서 사드를 설치하기 위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만나 ‘내 작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안위가 달려 있다’고 설득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 장면에 가슴이 울컥했다. 그때 저는 약한 국가의 서러움을 걷어내고 반드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안상수 의원은 “5년 전 박 전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했고 이후에는 대통령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당선 시킨 사람 중 하나다. 탄핵이 돼서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전 의원 역시 “지난 대선 때 저는 저의 모든 걸 제가 속한 당에 다 바쳐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개인의 탄핵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탄핵은 우리 대한민국 정치권의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만 13년간 CEO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으로 13개 부처 공무원들과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인정 받았다”며 인지도를 높였다. 정치 경력이 짧은 대신 박근혜 정부 초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으로 일한 경력을 강조해 이름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한국당 내 비박 대표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거꾸로 연설 도중 태극기부대에 가장 많은 야유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홍 지사는 “나는 사람을 동원한 일이 없는데 왜 자꾸 그렇게 하느냐”며 “여러분을 보니 참 걱정스럽다. 탄핵 이후 당이 양분이 됐는 데 지금 남아있는 분들이라도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운동장이 기울어졌다. 탄핵 가부를 가지고 자꾸 논쟁을 하게 되면 운동장이 계속 기울어진다. 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잊자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대선 때문”이라고 말하자 박수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날 대회장에서는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외치거나 호루라기를 부는 등 기싸움도 벌어졌다. 토론회에 앞서 주최 측이 ‘불행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자’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자 흥분한 몇몇 당원들이 “누가 불행한 대통령이냐. 대통령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느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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