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계대출 1조 증가’ 통계 오류 한국은행 팀장 직위해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가계대출 통계를 잘못 발표한 한국은행이 담당 부장과 팀장을 바꾸는 문책성 인사를 했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진상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통계부장은 교체하고 금융통계팀장은 직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제통계국장과 담당 과장은 경고를 받았다.
발단은 지난 9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이다. 올 1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가계대출이 한 달 전과 비교해 9775억원 늘었다는 통계가 담겼다. 역대 최대 증가 폭으로 지난해 12월(4378억원)의 2배에 달했다. 그러나 한은이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가계대출 통계를 받아쓰는 과정에서 생긴 통계 오류였다.
기존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에 들어가지 않았던 영리 목적 가계대출(영농자금 등) 4692억원이 새로 포함되면서 수치가 갑자기 올랐다. 이전 통계 작성 기준을 적용하면 1월 저축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5083억원으로 전달(4378억원)과 700억원가량 차이가 날 뿐이다. 통계 작성 기준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수치를 그대로 공표하면서 혼선이 일었다.
한은에서 통계 오류를 이유로 담당 국장ㆍ부장ㆍ팀장ㆍ과장을 한꺼번에 문책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사실 외부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비슷한 사고는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한은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 영문판에서 번역 오류가 있었다. 자료 배포 8시간 만에 수정판을 다시 냈다. 1월엔 금리 인상과 자영업자 폐업률의 연관성을 분석한 보고서상에도 연구의 핵심 전제인 금리 ‘1%포인트’ 상승이 책자에 ‘1%’ 상승으로 계속 표기돼 혼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금리가 2%에서 3%로 올라가면 1%포인트 상승으로 적어야 맞다. 금리(이자율)가 1% 상승했다는 건 100만원 내던 이자를 101만원 내게 됐다는 뜻이다.
전 부총재보는 “오류 재발을 막기 위해 통계 편제와 공표 전 과정에 대한 정밀 점검을 실시한다”며 “통계 편제 시 적용하는 체크리스트에도 미흡함이 없는지 점검ㆍ보완하는 등 내부 체크시스템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