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니 주가 오르네…IT·금융·화학 '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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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코앞인데도 외국인 투자자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7일째 국내 주식을 쓸어담았다. "외국인 투자 방향에 따라 증시 움직임이 결정된다 해도 무방하다"는 말이 나온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6.19포인트(0.76%) 오른 2133.78로 마감했다. 사흘째 오르며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홀로 4000억여원을 순매수한 덕분이다. 외국인이 7일 연속 사들인 주식은 2조25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기관(1조8700억원)과 개인(5600억원)이 모두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 7일째 순매수…2조원 쓸어담아 #LG전자·삼성전자·금융주 등 신고가 쏟아져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자금…변동성 주의"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거세다 보니 쥐고 있는 주식 시가총액도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달에는 490조원에 육박해 전체 코스피 시총의 35.8%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편식한 종목은 IT, 금융, 화학, 경기소비재에 집중됐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서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형주가 대부분이다.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포스코로 5004억원어치였다.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른다는 말도 증명됐다. 이 기간 포스코는 9% 뛰었다.

순매수가 두 번째로 많았던 LG전자는 이날 6만710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썼다. 새 스마트폰 'G6'가 흥행몰이에 나서며 실적 기대감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206만8000원까지 오르면서 이틀째 사상 최고 행진을 이었다. 지주사 전환 의지를 재확인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이다.

외국인이 많이 산 금융주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 등이 모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제 글로벌 자금은 신흥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국 증시도 신흥시장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신흥국에선 25억8000만 달러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올해 6억 달러 유입으로 전환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멀티에셋팀장은 "6년 만에 처음 신흥국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2015년 극단적인 침체에서 벗어나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선진국 자산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인식과 함께 낙수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교역 환경이 개선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증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일단 주가가 매력적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 수준으로 여타 신흥국 지수와 비교하면 76% 가량 낮다"고 말했다. PER은 주당 가격을 주당 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원화 강세가 유지되는 점도 외국인을 끌어모았다. 원화가 강세를 띠면 외국인은 주식 투자로 환차익을 낼 수 있다. 강세장을 전망하는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오히려 달러당 원화 가치가 1200원까지 떨어졌던 연초가 이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양날의 칼이다. 차익 실현을 위해 한꺼번에 손을 털고 나가면 증시는 충격을 받는다.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몇번 올릴지,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추가 보복에 나설지 등이 외국인이 변심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외국인 투자금 유입은 증시 부양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많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며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자금이기 때문에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비는 상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미 투자자 소외 현상도 지적된다. 올해 개미들은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을 모두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손실을 본 개미 투자자는 정보 비대칭을 체감하고 주식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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