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 그 영적 교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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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우는 소리 들렸으랴….』
백마 타고오는 초인을 노래한 이육사의 시 『광야』를 서양화가 박창돈씨가 그렸다. 또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다면서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고 노래한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은 황영성씨가 그렸다.
작고작가 20인의 주옥같은 명시를 화가 18명이 그린 이색전시회 「시가 있는 그림」전이 11월1일부터 10일까지 서림화랑에서 열린다. ((732)7733). 이 전시회는 육당 최남선이 신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한지 80년만에 제정된 제1회 「시의날」 (11월1일)을 기념해 마련된 행사다. 작고 시인들의 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이번 전시회는 시심으로 익어가는 이 가을을 장식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화전으로 눈길을 모은다.
출품작가들을 보면 김원씨가 이장희의 『눈은 나리네』, 조병덕씨가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황유엽씨가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각각 그렸다. 또 장리석씨는 김용호의 『눈오는 밤에』, 강우문씨는 정지용의 『향수』, 김창낙씨는 변영노의 『봄비』 ,심죽자씨는 조지훈의 『낙화』, 박영성씨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그렸다.
이만익씨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 오태학씨는 신동엽의 『산에 언덕에』, 최광선씨는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유병엽씨는 박목월의 『산이 날 에워싸고』, 이반씨는 유치환의 『깃발』, 김수익씨는 김종한의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 안병석씨는 김수영의 『풀』을, 그리고 한국화가 우희춘씨는 노천명의 『사슴』을 각각 그렸다.
시와 화가를 함께 선정한 화랑대표 김성옥씨는 『시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화가를 선정하느라 고심했다』고 말했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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