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입' 윤태영, 노무현 주인공 소설『오래된 생각』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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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입’ ‘대통령의 필사’로 불렸던 윤태영(56) 전 청와대 대변인이 소설집 『오래된 생각』(위즈덤하우스)를 냈다. 재임 4년차인 2006년을 중심으로 한 소설에서 윤 전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죽음을 다뤘다. 노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임진혁 대통령’과 청와대 대변인을 두 차례 지내는 ‘진익훈’을 통해서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 오래된 생각을 내놨다. [중앙포토]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 오래된 생각을 내놨다. [중앙포토]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에서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집필에는 4~5년이 걸렸다. 소설은 청와대의 생생한 고민들을 담아낸다. 그는 “오래전부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변호인과 같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겪었던 대통령도 소설로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소설에는 대통령의 인간적인 고민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소설 중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고집 센 나라와 가장 힘센 나라 사이에 끼어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방향의 제재 조치에는 반대하며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이지만, 막상 전장에서 죽는 것은 군인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임기말 고뇌도 생생하게 드러난다.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식물대통령이다, 앞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네”라는 말에서, 수시로 담배를 찾아대는 모습에서 착잡함이 드러난다.

그의 소설에서 대통령은 5월23일 준비된 말들을 컴퓨터에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는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윤 전 대변인은 "당초 노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에 맞춰 출간하려 했으나 시기가 좀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인간적 면모를 담은 『기록: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2014)와, 『바보, 산을 옮기다』(2015)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의 말하기 원칙과 연설의 노하우를 담아낸 『대통령의 말하기』(2016)를 썼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네 번째 책이자 첫 소설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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