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납치사건 수사본부 일 경시청에 아직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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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73년 8월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해 일본 경시청이 아직까지 '김대중 납치사건 수사본부'를 남겨두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직 미제 사건이라는 이유에서다.

5일 한국 정부가 공개한 외교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당시 총리는 사건 발생 3개월 뒤 한국의 김종필 당시 총리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하면서 "수사본부는 이제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뒤에도 경시청은 공안부 내에 수사본부를 유지,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시청 관계자는 6일 "김대중 납치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김동운 당시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이 사건 직후 한국으로 돌아간 만큼 형사소송법상 시효가 일시 정지되는 '범인이 해외에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라 사건 시효가 만료되지 않고 수사가 계속 중"이라고 전했다. 사건 직후 23명의 요원으로 발족했던 수사본부는 83년 8월 사실상 해체됐으나 필요할 때 수사는 이어졌다. 수사본부는 사건 발생 20년이 지난 93년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정계은퇴 중)의 일본 방문시 처음으로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피해자 진술을 받았다.

경시청 관계자는 "이후 수사본부는 사실상 수사 전담요원을 두지 않고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수사관들도 33년이 지난 지금 거의 대부분 은퇴하거나 사망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라는 것.

그러나 이러한 설명과 달리 일 경시청은 지난해 5월에도 도쿄(東京)대 강연을 위해 방일을 준비 중이던 김 전 대통령에게 외교경로를 통해 "방일시 수사본부의 추가수사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0여 년이 지나도 수사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김 전 대통령 측의 거부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경시청 관계자는 "김동운씨가 일본에 와 조사받거나 사망이 최종 확인되기 전까지는 수사본부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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