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못하는 공대생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수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공과대에 수학Ⅱ나 미분과 적분 등을 배우지 않은 문과생들이 상당수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광운대.동국대.세종대.숭실대 공과대에 합격한 학생 10명 중 6명 이상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 나형(수학Ⅰ)과 사회탐구영역에 응시한 문과생이었다.

사설입시기관인 청솔학원평가연구소는 6일 고교에서의 문과.이과 등 계열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 일부 대학.모집단위 합격자를 조사해 본 결과 '문과생이 이과생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광운대 등 4개대 공과대 합격자 177명 중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를 선택한 이과생은 31명(17.5%)에 불과한 반면 수리 나형과 사회탐구를 선택한 문과생은 120명(67.8%)이었다. 굳이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공과대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이다.

수리 가형의 공부 범위는 고교 수학Ⅰ.Ⅱ, 선택과목(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 택 1)인 반면 수리 나형은 수학Ⅰ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 수능에서 원점수 만점을 기준으로 할 때 가형의 표준점수는 146점, 나형은 152점으로 나형이 6점 높았다.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엔 원점수는 같더라도 수리 나형 응시자의 표준점수가 가형 응시자보다 10점 이상 높았다.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광운대 등 일부 대학의 공대들은 공부 범위도 넓고 어려운 수리 가형을 선택한 학생에게 2~5%의 가산점을 주지만 이 정도 가산점으로는 수리 가형의 불리함을 만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지난해 12월 "나형을 택할 경우 평균 10% 정도 점수가 높아 이공계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쉬운 수학Ⅰ만 공부하는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며 수리 가형 선택 학생에게 주는 가산점을 더욱 높일 것을 대학 측에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 정시모집에서도 이러한 권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의 이공계열은 수리 가형 응시자만 지원할 수 있으나 상당수 대학의 이공계는 수리 가형을 선택하는 이과생에게 10% 미만의 가산점을 주는 조건으로 문과생의 지원도 허용하고 있다.

오 소장은 "가산점을 20% 이상으로 대폭 상향 조정해야 수리 가형 응시자의 불리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