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김한솔, 작년 런던서 탈북자 대부 올턴 의원 만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한솔

김한솔

김정남 아들 김한솔(22)의 유튜브 영상이 공개된 후 그의 소재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행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김주일 탈북연대 사무총장 밝혀 #올턴, 수차례 방북한 거물 정치인 #“한솔 위험할까봐 어떤 얘기도 못해” #외신 “한솔, 대만 거쳐 제3국행”

김한솔이 지난해 영국 런던을 방문해 북한 인권 관련 활동가인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과 접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영국에서 활동하는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한솔이 지난해 옥스퍼드대 대학원 진학 문제 등과 관련해 영국에 왔다가 올턴 의원과 접촉했다. (파리에서 대학 졸업 후) 마카오로 가기 전 런던에 들렀는데 올턴 의원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

올턴 의원은 김한솔과의 식사나 최근 공개된 유튜브 영상 및 현 소재지에 대한 본지의 e메일 질의에 “한솔이가 추가적인 위험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한솔과의 친분과 만남을 부인하진 않았다.

현지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올턴 의원은 영국에서 ‘탈북자의 대부’라고 불릴 만큼 북한 관련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정치인이다. 김한솔과 상당 기간 지속적인 친분을 맺어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가 거물급 정치인인 만큼 김한솔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은 9일 “네덜란드 외교부가 (영상 관련) 보도를 알고 있지만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한솔 도피 지원설을 부인하진 않았다. 외신들은 북한 관련 단체를 인용해 김한솔이 마카오에서 어머니 이혜경, 여동생 김솔희와 함께 대만으로 갔다가 다른 나라로 이동했을 것이란 보도를 내놓고 있다.

한솔 "내 정보 노출 안 되게 … ” 친구에 부탁

김한솔은 보스니아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를 졸업한 뒤 2013년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에 진학했다. 김한솔이 파리에서 언론에 노출되자 프랑스 경찰이 보호에 나섰는데, 졸업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보호 조치가 허술해져 신변 위협을 걱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 등을 활발히 사용하던 김한솔은 후원자였던 북한 장성택의 처형(2013년 12월) 이후 계정을 폐쇄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부 친구에게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사진 태그 등을 해제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김한솔이 당초 옥스퍼드대 대학원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중국 당국이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암살 위험성을 경고하자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김한솔이 보스니아 국제학교 재학 시절 함께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여자친구가 옥스퍼드대에 재학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한솔이 페이스북을 폐쇄하기 전 “I love you too yeobo(나도 사랑해 여보)”라는 댓글을 단 여성(Sonia R. P. Vieira)이다. 하지만 본지가 옥스퍼드대 홈페이지에서 재학생 명단을 확인한 결과 같은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김한솔의 영국 내 후견인 격인 올턴 의원은 상원에서 영국·북한 의원협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영국과 북한이 수교한 2000년부터 주영 북한대사들을 상대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 그는 북한 학생들을 영국 대학으로 초청하고 수차례 방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권력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등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올턴 의원은 지난달 28일 영국 상원 대정부 질문에서도 조이스 에인리 외교부 국무상(차관)을 상대로 “김정남 암살 이후 주영 북한대사를 초치했느냐. 특히 치명적인 독극물인 VX를 암살에 사용하고 금지된 화학무기를 다량 보유한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니 ICC 회부 추진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한솔이 유럽으로 향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김한솔의 입장에서 익숙한) 유럽이 동남아나 중국보다 안전한 곳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북한 인권 등을 다루는 측면에서도 유럽이 중국이나 동남아와 달라 김한솔에게는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김한솔의 한국행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김한솔의 유튜브 영상이 언론에 보도된 지 30분도 안 돼 국정원이 “김한솔이 맞다”고 확인한 만큼 한국 정보기관이 그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