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추자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쉽고 달콤한 파이에 안주해 오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 어찌 보면 떠밀려서라도 환골탈태할 좋은 기회다. 중국인 관광객이 확 줄자 휴관을 결정한 서울 ‘난타’ 공연장, 외국인 관광객의 80% 넘는 유커(중국인 여행객)가 빠지자 패닉에 휩싸인 제주도, 모두 정상의 모습은 아니다.
외교 행패 수준의 차이나 리스크 #내공 키우며 대체시장 모색해야
우리도 동남아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권역 관광객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지난해 양안 관계 악화로 중국인 관광객이 확 줄자 신남향(新南向) 정책으로 동남아 관광객을 대신 늘린 대만이 좋은 참고 사례다. 과거 일본과 노르웨이도 중국의 희토류·연어 금수 조치로 홍역을 겪었으나 대체금속 개발과 수출선 다변화로 돌파했다.
당장에는 화장품·식품 같은 소비재와 관광·홈쇼핑·유통·한류 콘텐트 등이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냉정하게 보면 대중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건 중간재·자본재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중국이 고도성장에서 중성장국가로 진입하고 있어(올해 목표치 6.5%) 중간재·자본재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더욱이 중국이 자국 완결형 가치사슬이라는 ‘홍색 공급망’ 정책을 펴면서 수입 중간재를 대거 국산화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조만간 인구 최대국가가 될 인도, 그리고 아프리카·남미 등지로 수출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25년간을 돌아보면 두 나라 서로 좋은 관계를 누렸다.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정부의 지원, 저임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제3국 수출의 전진기지 혜택을 톡톡히 봤다. 근래에는 지갑이 두둑해진 유커가 쏟아져 들어와 빈약한 내수를 벌충해줬다. 단순 우호협력 관계이던 것이 전면적 협력동반자,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꾸준히 격상되어 왔다. 한국에 중국은 최대 교역국,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네 번째 교역국이 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동반자임을 의심케 만든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어차피 한·중 경제관계의 새판을 짜야 할 때다. 대체수출이 가능한 신흥국 시장 조사, 바이어ㆍ유통업체 네트워크 발굴, 수출국ㆍ업체별 맞춤형 패키지 지원 등의 방안을 민관 합동으로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