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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정 앞둔 한국축구, 사드 유탄 맞았다

중앙일보

입력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문화·경제에 이어 스포츠까지 확산됐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유탄을 맞았다. 오는 23일 오후 8시45분(한국시간) 중국 창사에서 열리는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대표선수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전세기를 띄울 예정이었으나 중국 정부의 저지에 가로막혔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팀장은 "중국전에 이어 28일 서울에서 시리아와 홈 7차전이 열린다. 장소를 바꿔가며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원정 응원단을 데려가기 위해 전세기 활용을 검토했지만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서 "사드배치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지난 1월부터 중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는 전세기 운항이 일절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월드컵 A매치를 앞두고 국가대표팀의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1차전 당시 중국은 전세기를 이용해 입국했다.

 결국 우리 선수들은 중국전 다음날 새벽에 귀국길에 오르는 불편한 일정을 감수하기로 했다. 당초 최대 500명 수준으로 구상하던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 원정단 규모도 1/10로 줄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선수단과 원정 응원단의 안전 문제도 변수다. 한·중전 당일 5만5000명을 수용하는 창사 허룽 스타디움은 중국 서포터스 '추미(球迷·공에 미친 사람이란 뜻)'로 가득찰 전망이다. 창사는 광적인 축구팬들이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4년 5월 이곳에서 열린 두 나라 올림픽축구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한국이 2-0으로 승리하자 중국 관중들이 한국 응원단에 각종 이물질을 투척해 논란을 빚었다. 한국의 한 여성이 중국 관중석에서 날아온 볼트를 맞고 피를 흘려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최재영 붉은악마 중국원정응원단장은 "중국 내 반한 감정을 감안해 이동 과정에서 튀는 복장이나 과도한 응원을 자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드 여파로 중국 프로축구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입지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올 시즌부터 김기희(29·상하이 선화), 홍정호(28·장쑤) 등 10여 명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경기에 좀처럼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중국 수퍼리그(프로 1부리그) 외국인선수 출전 가능 인원이 5명에서 3명으로 갑자기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이와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선수 에이전트인 윤기영 인스포코리아 대표는 "중국축구협회가 갑작스럽게 수퍼리그 외국인 쿼터를 축소한 배경에 리그 내 한국 선수와 지도자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있다"면서 "중국 축구계 일각에서 '우리가 왜 사드를 배치하는 나라의 감독과 선수들을 위해 고액 연봉을 줘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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